인기척이 나자 손박사는 지그시 감고 있던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문쪽으로 돌려 힐끗 바라보더니 낯선 인물임을 발견하자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다. 그는 동찬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젊어보였다. "누구시죠?" 손박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아, 미안합니다. 경찰입니다. 손중선 박사시죠, 수석연구원으로 계시는?" 동찬은 먼저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다. 물론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였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자기가 누군가에게 노출돼 있다고 생각하면 그 상대를 쉽게 대하진 못한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그럴듯한 논리였다. 경찰이라고 신분을 밝힌 자가 자기 이름을 부르자 손박사는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아, 예...... 그런데 오전에 이미 조사가 끝난 거로 알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