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가의 창작소설

WRITERJANG

소박한 글쓰기

창작 5

포에버 21 <41회> - 용산 전자상가로 우송된 프로젝트 CD

반장은 그제서야 찾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고는 호출해 달라고 부탁하고 커피숍 안쪽으로 몸을 돌려 손님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남자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두 군데의 테이블이 눈에 들어와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성운'이란 이름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와 커피숍 전체에 울려퍼지기를 몇 차례 거듭했지만 손을 들거나,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자기가 그 사람이라고 반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역시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다. "손님, 만나기로 하신 분은 아직 안오셨나보네요." "그래요. 그럼 그 쪽에서 내 이름을 모르니까 혼자 온 남자가 있으면 김성운씨냐고 물어보고 내게 안내해줘요." 반장은 종업원이 안내하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 사이 시간이 흘러 약속시간에서 5분이 지났다. 반장은 의레 ..

장편/포에버 21 2023.01.26

포에버 21 <37회> - 납치 감금, 그리고 손중선의 자치방

손중선의 친구인 척 주인집여자의 양해를 구해 그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방은 자물쇠 장치도 되어 있지 않았다. 요즘 보기드문 자취방이었다. 방은 한낮인데도 전등을 켜야 할 정도로 어두웠다.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켰다. 방은 매우 단출했다. 컴퓨터도 한 대 없었고 박사의 방 답지 않게 책도 몇 권 없었다. 여기가 진짜 손중선의 방이 맞는가, 또 다른 곳에 그가 진짜로 살고 있는 집이 있지 않을까, 하고 의심이 들 정도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는 가까이 접근할수록 의혹만 점점 불어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조형사는 방 구석구석을 눈길 가는데로 살펴봤다. 아무리 총각이라지만 이렇게 살림살이가 없을 수 없었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살림도구도 아예 없을 뿐만 아니라 음료수를 저장할 냉장..

장편/포에버 21 2023.01.24

포에버 21 <36회> - 손중선의 엉뚱한 유학 계획

택시가 길가에 정차하자 예상대로 놈들은 아무런 말도, 요금에 대한 아무런 제스처도 없이 뛰어내리기 바빴다. 택시기사는 창문을 열지도 않은 채 덩치들에게, 아니 정면을 똑바로 주시한 상태에서 욕을 한마디 내뱉었다. "에잇, 더러운 놈들아!" 그러나 그 목소리는 자기가 듣기에도 모기 소리만큼이나 작았다. 그냥 재수 옴붙었다고 생각하자, 고 마음먹고 택시는 놈들이 떠나기를 기다렸다. 덩치들이, 그야말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민첩한 동작으로 뒷자리에 올라타자 그랜저는 급출발을 해 택시를 지나쳐 금세 버스 뒤를 쫓았다. 택시기사는 이제사 정신이 조금 돌아오는지 핸들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고 좌측 깜빡이를 넣고 출발하려 했다. 그런데 조수석에 뭔가 있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봤더니 시퍼런 배추이파리 한 장이 ..

장편/포에버 21 2023.01.24

이방인 - 단편소설 -

대만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는 뉴욕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가고 있다. 함께 탑승한 사람들이 품은 한의 무게를 모두 합하면 천근만근도 넘으련만 비행기는 이를 무시하듯 잘도 날아간다. 나를 비롯해 함께 미국행에 오른 사람은 모두 여섯 명. 안내원을 뺀 나머지 다섯 명은 모두 정상적으로는 미국 땅을 밟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서울 종로통을 수도 없이 헤맨 사람들이다. 겨우겨우 이주공사를 잡고 대만을 경유해 미국땅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도 대만에서 가짜 비자를 만들고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잘나가던 사업체가 하루 아침에 부도를 맞아 무작정 도피하는 사십대 후반의 중소기업 사장 김 아무개. 가족들은 모두 미국으로 이민갔는데 자신만 서류가 누락돼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

단편 2023.01.10

포에버 21 <11회> - 외부인의 침입과 내부인의 범행 가능성

중국집 꼬마가 퇴장하는 것으로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제일 먼저 정상으로 돌아온 사람은 역시 반장이었다. "양형사, 아까 현장조사에 대해 뭐 할 말 있어?" "네, 저......." 양형사는 아직도 소동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아니면 현장조사에서 별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해선지 대답을 주저했다. "없으면, 얘기를 종합해보지." "반장님, 저...... 자장면 다 붓겠는데요." 언제 먹거리로 관심사가 옮겨갔는지 거구는 참을성 없게도 반장의 심각함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꺼냈다. "금방 끝나니까 마저 얘기하고 먹자구." 조형사의 얼굴에 머쓱한 표정이 역력했다. "오늘 조사한 내용만 놓고 봤을 때 범인은 내부인일 확률이 높아. 굳이 외부에서 침입한 것처럼 흔적을 남기려고 어설프게 위장했다는 점 때문이지. 이..

장편/포에버 21 2023.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