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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포에버 21

포에버 21 <13회> - 21세기 정보통신 국가 경제발전 계획

writerjang 2023. 1. 10. 00:07

  소장이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개요는 이겁니다. 정부는 2천년을 기점으로 3단계 발전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즉 정보통신분야의 활성화시기를 2천년 이후로 보고 이를 전후로 나눠 준비단계와 실행단계, 그리고 이를 통해 오는 21세기엔 튼튼한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진다는 발전단계를 계획했습니다. 벌써 시작됐지만 곧 정보통신의 세계적인 범람이 예견되고 이로인한 혼란도 예상됩니다. 이를 하나로 묶어낼 획기적인 프로그램이 절실한 시기가 반드시 옵니다. 정부의 생각은 이러한 정보통신의 범람을 역으로 활용해 국가발전의 호기로 삼자는 얘기죠."

 

  소장의 장황설이 시작됐다. 동찬은 필요한 내용만 요약했다.

 

  "그럼 정부 지침서라든지 공문 같은 것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소장이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결심한 자리에서 일어나 캐비닛으로 가더니 자물쇠를 따고 문서철 권을 꺼내왔다. '21세기 국가발전 계획'이라는 제목의 문서철이었다. 동찬에게 문서철을 내밀며 소장은 설명을 덧붙였다.

 

  "이게 바로 최근 정부에서 내려온 발전계획섭니다. 제 얘길 듣는 것 보다 문서를 자세히 살펴보는 게 훨씬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네 고맙습니다."

 

  동찬은 소장이 내민 두툼한 서류철을 대충 넘겨보면서 말을 이었다.

  "아주 원대하고 야심찬 계획이군요."

  "......"

  "계획안은 일단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고, ......"

  동찬은 잠시 무언가 깊이 생각하다 말고 불쑥 소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혹시 이런 국책사업을 방해할만한 집단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동종 업계의 기업들이라든지."

  "글쎄요...... 많은 기업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곤 있지만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 감히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할 리는 없을 겁니다. 더군다나 사람을 해치기까지 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드네요."

  ", 그런가요?"

  동찬은 소장의 얘기 속에서 순진한 구석을 발견하곤 웃음이 나올 했다. 기업의 생리를 모르고 하는 소리같이 들렸기 때문이다. 기업에 소속돼 있다하더라도 연구하는 사람들은 기성사회에 덜 물들었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소장이 자기 말을 이해시키려는 설명을 덧붙였다.

  "제 생각에는 아무리 이윤을 추구하는 철저한 기업생리가 작용한다 해도 이렇게 까지 국책사업을 방해할 정도로 몹쓸 짓을 하지는 않을 거라 봅니다."

  "네에. 그럼 현재 이와 유사한 정보통신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업체는 전국적으로 얼마나 됩니까?"

  "그건 정확한 통계자료가 나와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프로그램을 완성하기 전에는 비밀리에 작업을 하거든요. 그들이 해당 기관에 특허를 내거나 언론에 발표할 때까지는 알 수가 없는거죠. 현재 국내에선 서너개 업체가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렇습니까? ......, 이건 좀 다른 얘긴데, 정박사의 사생활은 어땠습니까?"

  동찬이 질문내용을 연구내용에서 정박사의 사생활로 옮겨갔다.

 

  "글쎄요, 잘은 모르지만 정박사는 아주 단조로운 생활을 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집이나 연구소 외에는 어디 다른데 한눈 팔 시간도 없었으니까요. 그 사람 성격은 아주 호방한 편입니다."

  "성격으로 봐선 친구는 많았겠네요?"

  "그런데 이상한 게 그 좋은 성격에 비해 친한 친구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았어요. 아무리 바쁘고 중대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해도 사람이 친구들을 안 만나고 살 수 있겠어요? 전 정박사한테서 친굴 만난다, 모임에 나간다 하는 얘길 들어본 기억이 없어요. 그래서 언젠가 제가 한 번 넌지시 말을 꺼내봤죠."

  "뭐라고요?"

  "바빠서 친구 만날 시간도 없겠다, 조금만 참고 이번 프로젝트만 완성시키면 얼마든지 시간이 있지 않겠냐구요."

  "그랬더니요?"

  "그랬더니, 이 사람 하는 얘기가 가관이었어요. 인생살이에 친구라는거 좀 없으면 어떠냐, 오히려 시간만 뺏기고 방해만 되지 않겠느냐, 하는 거였어요. 그 때 전 알아봤죠. 사람 성격하고 대인관계는 꼭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란걸."

  "네에. 그럼 혹시 가족관계에 대해선 아시는 바가 있습니까?"

  ", 어렸을 때 아버질 잃고 홀어머니 혼자 계셨는데 한 10여년간 지병을 앓다 작년 이맘때쯤 돌아가셨어요. 문상을 가봤기 때문에 날짜까지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박사가 외아들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럼 이젠 부모형제가 아무도 없는 셈이고, 혹시 가까운 친척관계는......"

  "글쎄요, 친척을 만난다든지 집안행사가 있다든지, 뭐 그런 얘기도 들어본 기억이 없어요."

  "그럼 가까운 친인척도 별로 없다는 얘기가 되는군요."

  "아마 그럴거예요."

  소장은 동찬의 말에 간단하게 대답하면서, 이 형사는 이미 웬만한 건 다 알아보고 온 것 같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럼 대학 때라든가 석박사과정에 대해 알고 계신건......."

  ", 맞다! 왜 아깐 권박사 생각을 못했지? 그에게 친구가 있다면 아마 권박사를 두고 하는 말일 거예요. 대학 때 같은 학과 친구였는데 형제 이상으로 가깝게 지내왔다네요."

  "권박사라면......."

  ", 권남우 박사는 태산그룹 컴퓨터시스템 연구책임자로 있어요."

  "아 네......."

  "태산도 정보통신산업에 손을 대고 있죠. 아마도 권박사를 중심으로 정보통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을겁니다."

  "그렇습니까?"

  동찬은 소장의 마지막 말에 귀가 솔깃했다. 타이핑하는 그의 손이 갑자기 빨라졌다.

  "그러면 권박사도 수성의 프로그램에 대해 관심이 많겠군요?"

  "글쎄요...... 아마도 그렇겠죠?"

  "아 이거 얘기가 길어졌습니다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 정박사가 준비하던 그 프로그램이 완성은 된겁니까?"

  ", 그게........"

  소장이 시원스럽게 대답하지 못하고 말을 얼버무렸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나보죠?"

  "아니, 그런게 아니라......."

  프로그램에 무슨 문제가 있긴 있는 모양이었다. 내내 멀쩡하던 소장이 갑자기 표정이 달라졌다.

 

  "그럼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요, 정박사가 어제 오후에 프로그램이 완성됐다고 제게 알려왔습니다. 그 사람 얘기가 이제 ''을 생산하고 실용성 측정만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일이 벌어지고 난 뒤에 확인해보니......."

  소장이 말을 잇지 못했다.

 

  "확인해보니까요?"

  ", 지금 그 팀 수석연구원에게 다시 확인하도록 지시해놨습니다. 곧 결과가 나오겠죠."

  아직 미완성이라면 다른 연구원들이 마저 완성하면 일이겠지. 미완성이라 해서 소장이 이렇게 당황하고 주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프로그램을 도난당했습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고......"

  "그렇다면 정박사 연구실로 같이 가시죠. 가서, 프로그램을 좀 살펴봐야겠네요."

  동찬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장에게 재촉했다. 그러나 소장은 망설이는 눈치였다.

 

  "그건 대외비라 좀......."

  "소장님, 수사에 협조하셔야 합니다."

  "그래도 그건 국가 일급기밀에 속하는데......"

  "국가기밀이기 때문에 제가 봐야됩니다. 그걸 지켜야할 의무가 제게도 있으니까요."

  "그럼 좀 나중에......"

  "나중에 언제요? 나중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소장님이 다 책임질겁니까?"

  "아 글쎄, 지금은 안돼요!"

  ", 좋습니다. 그럼 청에 그렇게 보고하죠. 국가기밀이라 수사가 어렵겠다고."

  다분히 협박조였다. 소장은 궁지에 몰려 당황하는 표정이었지만 겉으론 오히려 역정을 냈다.

 

  "맘대로 해봐요. 그래봐야 소용없어요."

  "좋습니다. 이렇게 나오신다면 별 수 없겠군요. 다음에 또 뵙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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