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가의 창작소설

WRITERJANG

소박한 글쓰기

장편추리소설 5

포에버 21 <53회> - 용산모임 수사에서 감을 잡은 정형사

동찬은 고개를 차 안으로 반쯤 들이밀고는 왼손으로 그녀의 손을 붙잡고 오른손으론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 간편한 활동복 차림 속에 감춰진 그녀의 가냘픈 허리의 탄력이 동찬의 손가락 끝 말초신경으로 느껴졌다. 몇 번 대면해보지 않았지만 여느 여자 경찰들과 달리 정형사가 평소 얌전하고 다소곳한 매력을 가진 인물이란건 느낄 수 있었지만 이렇게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느끼진 못했었다. 동찬은 천천히 양손에 힘을 주어 그녀를 일으키려고 시도해봤다. 그러나 자세가 불안해선지 그녀를 쉽게 일으켜 세우지는 못했다. 할 수 없이 동찬은 차 안으로 고개를 더욱 깊숙히 들이밀고 다시 시도해봤다. 이번엔 상체까지도 절반 정도는 차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의 얼굴이 닿을랑말랑한 거리까지 근접했다. 야릇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장편/포에버 21 2023.02.12

포에버 21 <50회> - 혼란스러운 공항 출국장 수색

"그래? 그럼 이젠 출국금지명령을 내려도 소용없겠네?" "네, 그렇대요. 벌써 비행기에 탑승했을 수도 있답니다." "자, 빨리 나가지!" 반장이 먼저 외투를 챙겨 들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조형사도 뒤질세라 반장 뒤를 따랐다.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반장이 양형사를 호출해 공항으로 직접 오라고 지시했다. 이젠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손중선이 아직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기를. 조형사는 자동차 지붕에 경광등을 달고 사이렌까지 울려가며 공항을 향해 곡예를 하듯 달려갔다. 하지만 워낙 거리도 멀고, 역시 서울은 교통혼잡이 보통이 아니라 생각만큼 차는 잘 빠져나가지 못했다. 경찰 사이렌을 울려도 길을 양보해주는 차는 별로 없었다. 아마도 그들은 경광등에 사이렌까지 울리는 경찰을 보고 괜히 차가 막히니까 저러..

장편/포에버 21 2023.02.11

포에버 21 <44회> - 지점장과 은행 직원들의 수사 협조

"아닙니다. 은행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니에요." "그럼, 무슨.......?" "다름아니라, 뭣 좀 여쭤볼게 있어서요." "아 네에. 무슨......" "요즘엔 자기 통장에 입금시킬 때에도 실명 확인을 하게 돼있죠?" "물론이죠." "혹시 본인이 아니더라도 통장을 만들어 주거나 입금 처리해주는 경우도 있나요?" "네, 몇 가지 예금은 본인이 없어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자녀들 적금통장을 부모가 대신 만들어주는 경우라든가......" "아니, 그런 상식적인 얘기 말고요, 본인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보통예금이나 적금통장을 만들어 줄 수 있느냐는 얘깁니다." "원칙적으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럼 변칙적으론 가능하다는 얘깁니까?" 지점장은 형사가 던져놓은 올가미에 걸려든 기분이었다. 적잖이 당황스..

장편/포에버 21 2023.01.29

포에버 21 <37회> - 납치 감금, 그리고 손중선의 자치방

손중선의 친구인 척 주인집여자의 양해를 구해 그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방은 자물쇠 장치도 되어 있지 않았다. 요즘 보기드문 자취방이었다. 방은 한낮인데도 전등을 켜야 할 정도로 어두웠다.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켰다. 방은 매우 단출했다. 컴퓨터도 한 대 없었고 박사의 방 답지 않게 책도 몇 권 없었다. 여기가 진짜 손중선의 방이 맞는가, 또 다른 곳에 그가 진짜로 살고 있는 집이 있지 않을까, 하고 의심이 들 정도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는 가까이 접근할수록 의혹만 점점 불어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조형사는 방 구석구석을 눈길 가는데로 살펴봤다. 아무리 총각이라지만 이렇게 살림살이가 없을 수 없었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살림도구도 아예 없을 뿐만 아니라 음료수를 저장할 냉장..

장편/포에버 21 2023.01.24

포에버 21 <36회> - 손중선의 엉뚱한 유학 계획

택시가 길가에 정차하자 예상대로 놈들은 아무런 말도, 요금에 대한 아무런 제스처도 없이 뛰어내리기 바빴다. 택시기사는 창문을 열지도 않은 채 덩치들에게, 아니 정면을 똑바로 주시한 상태에서 욕을 한마디 내뱉었다. "에잇, 더러운 놈들아!" 그러나 그 목소리는 자기가 듣기에도 모기 소리만큼이나 작았다. 그냥 재수 옴붙었다고 생각하자, 고 마음먹고 택시는 놈들이 떠나기를 기다렸다. 덩치들이, 그야말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민첩한 동작으로 뒷자리에 올라타자 그랜저는 급출발을 해 택시를 지나쳐 금세 버스 뒤를 쫓았다. 택시기사는 이제사 정신이 조금 돌아오는지 핸들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고 좌측 깜빡이를 넣고 출발하려 했다. 그런데 조수석에 뭔가 있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봤더니 시퍼런 배추이파리 한 장이 ..

장편/포에버 21 2023.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