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가의 창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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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글쓰기

추리소설 9

포에버 21 <43회> - 손중선의 계좌 추적에 나선 조형사

"그럼 그 어머니는 어떻게 됐나요?" "벌써 돌아가셨죠. 그 때가 아마 혜진이가 홍천을 떠날 때니까 15년도 더 됐을 거예요. 지 어머니 돌아가시자 마자 서울로 떴으니까요." "오혜진이 몇 년 생인지 알고 계신가요?" "글쎄요, 우리야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우리들 보다 3년 후배니까 63년생이나 64년생이겠죠." "네에......" 63년생이라면 정박사 컴퓨터의 암호와 맞아떨어진다. 암호가 '12051963' 이니까 뒤에 네자리 숫자가 연도라고 보면 암호는 오혜진의 생년월일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영문이니셜 'JIN'도 오혜진의 이름끝자와 맞아떨어진다. "동생 오남수는 지금 몇 살이나 됐을까요?" "그 애가 양자로 갈 때가 일곱 살이었고 그 때 우리가 중학교 2학년 때니까, 열 다섯. 그러면 우리랑 여덟..

장편/포에버 21 2023.01.29

포에버 21 <10회> - 사건현장 초동수사 후 첫번째 회의

"어떻게?" "책상 밑바닥엔 먼지가 조금 쌓여 있었는데 자국이 그 위로 나 있더군요. 오래전에 생긴 자국이라면 먼지가 덮어버렸겠죠." "그래? 그건 아주 민완답게 잘 본거야." 반장이 자신에게 민완이란 칭호를 붙여주자, 조형사는 기분이 퍽이나 좋았는지 어깨가 으쓱해졌다. 반장 앞이건 말건 아예 후배형사를 큰소리로 불러가며 명령까지 했다. "사진기로 촬영까지 해뒀어요. 양형사, 이따가 그 필름 뽑아와!" "네....." "그러면 자넨 그 자국을 보면 범인이 누군지도 알겠네?" 그런데 이건 웬 비아냥거림인가. 다시 반장의 반격이 시작된 것일까? "아니, 저......" "그래서 자네는 문제야. 하난 알고 둘은 모른다고." 다시 반장의 꾸지람이 시작됐다. "그 자국을 보면 범인은 환기통으로 침입한게 아니잖아...

장편/포에버 21 2023.01.08

포에버 21 <9회> - 연구소 비상 연락처는 경찰청 특수과

초동수사를 위해 현장에 출동했던 반장과 양형사, 조형사와 정형사가 각각 짝을 이뤄 두 대의 차량에 분승해 청량리경찰서로 이동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살해현장에 사체를 그대로 남겨두고 철수하는 일은 경찰생활 십년 만에 처음보는 일이었다. 조형사는 차를 운전하면서 내내 그 생각에 빠져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잠시라도 그 생각에서 벗어나 보려고 먼저 정형사에게 말을 꺼냈다. "정형사, 아까 그 소장 아는 사람이야?" "아니요, 개인적으론 모르지만 그 사람 원래 유명하잖아요. 텔레비전에도 자주 나오고. 우리나라 물리학에서는 최고의 권위자예요." "정형산 모르는 게 없어." "아녜요, 그냥 텔레비전을 자주 보다보니까......." 양형사가 운전하는 차를 뒤따라 가다 조형사는 회기 전철역..

장편/포에버 21 2023.01.08

포에버 21 <8회> - 경찰청으로 복귀한 동찬의 첫 출근

같은 시각, 5호선 마포 지하철역 앞. 청바지와 면티, 그리고 오리털 파카 차림의 30대 초반의 사내가 지하철역 입구에서 나와 느긋하게 인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손엔 노트북 컴퓨터가 하나 달랑 들려 있었다. 이제 3월 1일. 이쯤 됐으면 날씨가 따뜻한 게 정상이 아닌가. 어제 공항을 빠져나올 땐 그래도 봄기운이 완연했는데 오늘은 추위가 몰려오는 것 같았다. 서초동 원룸 오피스텔을 나와 전철역까지 걸어가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몸이 지하의 푸근한 온기에 잠깐 녹는가 싶더니 마포역에서 내려 바깥으로 나오자 냉기가 엄습했다. 정오가 넘어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도로 양편엔 눈이 쌓여 있었다. 곳곳에 눈이 얼어붙어 미끄러운지 인도를 걷는 행인들은 곡예를 하듯 넘어지지 않으려고 양팔을 젓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였..

장편/포에버 21 2023.01.08

포에버 21 <7회> - 갑작스런 현장 철수 지시에 당황한 강력반

조형사는 정형사에게 지문을 채취한 내용물을 받아 감식반 요원들에게 넘겼다. "나으리, 이거 빠짐없이 다 채취한거지?" 정형사가 '나으리'란 별명을 아주 싫어한다는 사실을 벌써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감식반 형사들은 안에서나 밖에서나 늘상 그녀를 그렇게 불렀다. 우리나라 여자 이름들은 본래 하나같이 비슷하지만 정형사 이름은 좀 특이했다. 그녀는 한글이름이 유행하기에 앞서 신세대에 어울리는 이름으로 지어준 부모들에게 언제나 고맙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한편으론 '나리'라는 이름은 놀림감으로 사용되기에 충분한 어감을 가지고 있어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나으리'란 별명을 달고 다녔던 정형사는 어른이 되면 설마 점잖은 사람들이 그러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나를 입사하자마자 ..

장편/포에버 21 2023.01.07

포에버 21 <6회> - 사건현장 초동수사에 나선 형사들

두 형사는 사체 옆에 쪼그리고 앉아 담요를 걷어내고 자세히 살펴봤다. 오른쪽 뒤편 목부위에 칼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칼자국은 단 한 차례였는데도 치명상을 입고 숨이 끊어진 것으로 보였다. 겉보기엔 그밖의 외상은 없었다. 아마도 전문가의 솜씨가 아닌가 여겨졌다. 조형사는 정형사를 시켜 현장 주변의 지문을 빠짐없이 뜨도록 했다. 조형사가 좌중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 "여기 책임자가 누구시죠?" "네, 접니다만." 정장 차림의 중년 사내가 대답했다. "소장님이시죠?" 책상 위에 놓여진 머그잔을 조심스럽게 집어올리던 정형사가 중년의 사내에게 아는 체를 했다. "네, 그렇습니다만." 조형사는 의아한 눈빛으로 정형사와 중년사내를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조형사가 먼저 중년 사내에게 자기 ..

장편/포에버 21 2023.01.06

포에버 21 <5회> - 살인사건 보다 더 중요한 국책 프로그램

노반장은 언젠가는 최소한 한 번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마누라에게 멀쩡한 두부를 안겨줘야겠다는 생각을 늘상 하지만 좀처럼 현실은 마음 같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렇지만 아마 멀쩡한 두부를 사다주면 마누라는 또 잔소리를 늘어놓을게 분명했다. 멀쩡한 놈이나 조금 깨진거나 두부이긴 다 마찬가진데 쓸데없이 돈만 비싸게 주고 사왔다고. "아니지, 지금 쓸데없는 일로 기운 뺄 때가 아냐. 자네들은 어젯밤에 관내에서 살인사건 난 거 알고들 있나?" "수성그룹 연구소 박사 살인사건 말씀이시죠?" 정나리 형사가 눈치빠르게 대답했다. 역시 그녀의 눈치 하나는 천부적으로 타고 난 것인가 보다. "그래. 그런데 문제는 박사도 박사지만 그가 연구했던 프로그램 칩인가 뭔가가 문제라나?" 서장이 뭐라고 말하긴 했는데, 아까는 워낙 정..

장편/포에버 21 2023.01.06

포에버 21 <2회> - 괴한 침입으로 얼룩진 연구실

정박사는 정신을 수습할 수 없었던지 창가를 마냥 서성거렸다. 한참을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앉았다. 그는 다시 본래의 침착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모니터를 바라보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마우스로 아이콘 하나를 클릭했다. 컴퓨터 본체에 설치된 모뎀에서 다이얼톤이 카랑카랑하게 들려왔다. 연결음이 울렸다. 왼손으로 모니터 상단에 달린 카메라를 켜고 렌즈 위치를 조절했다. 화상통신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무슨 말부터 해야할까? 그에게 물어본들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심한 갈증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자타가 공인하는 그 좋은 머리도 점점 둔해져만 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굿 모닝' 하며 혀 꼬부라진 외마디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곧이어 화면이 깜빡거리더..

장편/포에버 21 2023.01.04

포에버 21 <1회> - 21세기 국가 발전 계획

1장: 감염 어둠에 휩싸인 연구실 창문으로 늦겨울의 싸늘한 달빛이 부딪히고 있었다. 컴퓨터 전문 서적으로 가득 찬 책장이 사방 벽면을 에두르고 있었고, 한쪽 귀퉁이에 놓인 캐비닛엔 활짝 열린 문짝으로 갖가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CD가 어지럽게 쏟아져 나와 있었다. 캐비닛 주변은 무언가를 찾으려 했는지 뒤죽박죽 흐트러져 있었다. 책상 끄트머리에 매달린 스탠드에선 흐릿한 불빛이 백열등을 흘러나와 서류철이 널부러진 책상 중심으로 모아져 두툼한 문서철 위에 머물렀다. '21세기 국가발전 계획'이라는 커다란 제목이 붙은 문서철. 어지럽혀진 연구실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정일준 박사는 이제 안정을 되찾았는지 컴퓨터 자판기만 빠른 손놀림으로 두드려대고 있었다. 그의 널찍한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재떨이엔 담배꽁초..

장편/포에버 21 202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