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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포에버 21

포에버 21 <19회> - 특별 수사반의 역할 분담

writerjang 2023. 1. 12. 22:40

  동찬이 컴퓨터 얘기를 한참 하는 하더니 얘기가 점점 누군가 프로그램을 망가뜨린 주범을 지목하고 있다는 느낌이 정도로 확신에 어조로 말을 하자 드디어 반장이 질문의 포문을 열었다.

  ", 말씀 잘 들었습니다만, 방금 얘기하신 거로 봐서는 꼭 범인이 누군지, 아니 그 프로그램을 망쳐놓은 사람을 알고계신 것 같은데, 가만, 뭐라 그랬더라...... , 그 해커는 누구며, 그 사람이 이번 사건의 범인과는 어떤 관계로 연결지을 수 있다는 건가요?"

  "해커가 누군지는 아직 정확하게 모릅니다. 다만 같이 연구했던 연구원들, 같은 계통에 종사하는 정박사 친구들, 또는 정박사의 그 동안의 연구성과를 잘 알고 그 프로그램들을 아끼는 정박사 주변 인물 중 한 사람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얘깁니다. 오늘 잠깐 동안의 수사로 해커를 알아낸다는 건 아무래도 무립니다. 아직은 조사가 부족합니다."

  ", 알겠습니다만, 그러면 그 해커하고 살인범은 동일인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모두의 시선이 동찬에게로 더욱 가까이 집중됐다.

  "아닐 수도 있겠죠. 그런데 한 가지 짚이는 게 있다면 살인이 일어난 당일 날, 아니 정확하게는 그 전날, 그러니까 어제겠죠. 어제 정박사가 야근까지 자청할 정도로 바쁜 일이 있었던 건 바로 프로그램에 바이러스가 먹었다는 사실을 그 날 발견했기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소장 얘기로는 정박사가 그 전날 프로그램이 완성됐으니 ''을 만들고 실사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어제 일이 발생한 건 잘 따져보면 살인범이 정박사를 혼자서만 있도록, 그래서 살인을 하기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추정된다는 겁니다. 현장조사 결과를 들은 바로는 계획적인 살인으로 보인다는 얘깁니다."

  "경감님 말씀을 듣다보면 마치 범인을 알고계신 것 같아 보입니다. 혹시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정형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범인은 아직 모르구요. 용의자를 굳이 지목하라고 한다면 현재로선 아주 여러 사람을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우선 현장의 정황을 따져봤을 때 전혀 외부인의 소행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만약 내부인의 소행이라고 단정짓는다면 당일 야근자들과 숙직 경비원을 들 수 있겠고, 만의 하나 개인적인 원한 관계나 치정 또는 금전관계 등으로 본다면 수도 없이 많겠지요. 아직 아무 것도 조사된 바는 없지만. 그런데 일단 프로그램으로부터 출발해 범행 동기를 추적해 볼 때, 그리고 범인이 해커와 동일인라고 봤을 때, 범인이 정박사 주변인물이면서 컴퓨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친구 권남우 박사와 수석연구원 손중선 박사, 그리고 20여명의 연구원을 들 수 있겠고, 연구팀이 개발한 프로그램에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을 들라면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 연구개발에 착수한 정보통신업체들, 또 그럴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만 만약에 정박사가 개발하려던 프로그램을 그저 무작정 시기한 어떤 제3의 인물이 범인일 수도 있겠죠."

  "그러면 결국은 정박사 주변의 모든 인물이 용의자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이 얘긴 다시말해서 아무도 용의자로 지목하지 않으신 거나 마찬가지 얘기 아닙니까?"

  양형사가 불만스럽게 따지듯이 물었다.

 

  "네 물론입니다. 아직은 제대로 조사된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얘기죠. 다시말해서 저도 아직은 누가 범인인 것 같냐는 엉뚱한 질문에 대답할 근거가 희박하다는 말입니다."

 

  사람의 얘기가 오가며 분위기가 격앙되어가자 반장이 상황을 정리하려고 나섰다.

  "그러면 이렇게 하죠. 우선 내일부터 각자가 맡아야 할 부분들을 정하고 오늘 회의를 끝내는 거로."

 

  반장이 회의를 마무리짓자고 얘기하고 나오는데 갑자기 조형사가 반론을 제기했다.

 

 

  "반장님과 양형산 유가족들을 만났다면서요? 거기에도 어떤 실마리가 될 만한게 없을까요?"

  ", 그렇군. 그 얘긴 아직 하지 않았지? 양형사, 오늘 조사한대로 얘길 한 번 해보지."

  "네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우선 정박사가 생전에 부인과 사이가 별로 좋질 못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사람이 다 외도를 해왔고, 그것도 둘 다 상대의 외도를 알면서 묵인하는 형태로 진행돼 왔다는 겁니다. 이쪽으로는 아무래도 치정관계로 연결시켜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부인은 강남 졸부의 외동딸이라는데, 학력차도 심하고 성격도 전혀 맞지 않는 두 사람이 어떻게 결혼을 하게 됐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정부 아주머니 얘기론 두 사람은 중매로 결혼했답니다."

  정형사가 보고중인 양형사의 얘기에 끼여들었다. 정형사가 이 회의석상에서 유일하게 반말을 써도 되는 사람이 바로 양형사였다.

 

  "그건 십중팔구는 정박사가 돈 때문에 그녀를 선택한 거로 볼 수밖에 없네?"

  ", 아줌마 생각도 그렇답니다. 정박사 보다도 그 부인이 더 큰소릴 치면서 살았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사항들은 없나?"

  반장이 사람의 대화를 잘랐다.

 

  ", 그리고 아줌마가 5년씩이나 그 집에서 일하는 동안 이 부부는 친구들이 집에 찾아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답니다."

  "그건 내가 그 부인한테도 들었는데, 정박사는 원래 친구가 없다는군."

  ", 그렇기도 합니다만 아줌마 얘기로는 부인이 워낙 손님 치르는 걸 싫어했답니다. 게다가 정박사 고향친구들한테 전화라도 걸려오는 날엔 만나지 말라고 하면서 아주 난리가 나곤 했답니다."

  "아니 그건 왜?"

  이번엔 조형사가 의문을 제기했다.

 

  "부인은 정박사 고향친구들을 무식한 사람들이라며 만나지 말 것을 종용했답니다. 아무래도 정박사가 시골출신인 걸 감추고 싶었을 겁니다. 강남 졸부의 외동딸인 그녀는 자기자신이 여러모로 모자란 건 아예 생각치도 않고 실제 생활무대는 화려찬란했다는 게 아줌마 얘깁니다. 아무튼 고향친구 만나는 것에 대해 과민반응을 일으켰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건 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야."

  조형사가 어느새 반장의 말투를 닮아가고 있었다.

  "그 부분은 양형사가 좀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겠군."

  ", 그들 부부의 결혼에서부터 친구들에 대한 부인의 과민반응까지 다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부인을 직접 만나봤는데........"

  반장이 수첩을 들여다보면서 잠깐 말을 멈췄다. 수첩엔 '야근중 과민반응-연구작업 내용 조사요' '연구결과에 문제점 여부 조사요'라고 두 줄이 나란히 메모되어 있는 게 보였다. 물론 영안실에서 부인을 만났을 때 자신이 직접 메모해둔 거였다. 왜 이제서야 이게 보이는지 모르겠다며 반장은 내가 벌써 늙어가나, 하고 속으로 반문해보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얘기하던 그 바이러스 문제가 정박사를 어젯밤 연구실에 붙잡아둔 주요 원인이었던 것 같으네. 살해되기 전, 초저녁에 정박사가 부인에게 전화를 해서는 야근이라고 얘기 했다더군. 그런데 부인 얘기론 정박사가 굉장히 횡설수설했고 일 때문에 뭔가 큰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처럼 과민반응을 일으켰다는 거야. 그리고 그날 아침엔 출근하면서 어제 어려운 일이 끝났으니 오늘부턴 일찍 들어올 거라고 말했는데, 저녁땐 그 말을 번복했다더군. 그러니까 그 프로그램은 전날 다 완성됐지만 사건 당일 날 바이러스를 발견하게 되고 그걸 복구하기 위해 야근까지 자청하게 된 거겠지. 정말 살인범이 정박사를 유도하기 위해 미끼로 바이러스를 침투시켰다는 얘기가 맞는 것 같으네."

  반장은 얘길 하면서 동찬을 슬쩍 바라봤다. 동찬은 동의라도 하듯 살짝 웃을뿐 달리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그럼 여기서 각자 내일부터 할 일을 나누고 회의를 마무리 짓자구."

 

  모두들 찬성하는 의사표시라도 하는 건지 고개를 끄덕이거나 별다른 반론을 내놓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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