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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포에버 21

포에버 21 <22회> - 조작된 살해 시간의 진실

writerjang 2023. 1. 14. 01:05

  반장과 조형사가 동시에 컴퓨터를 들여다봤다. 그러나 컴퓨터엔 단지 파일들만 나열되어 있을뿐 프로그램 내용은 알 수 없었다.

  "그럼 도대체 누가........"

  조형사가 머쓱해져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마도 괴한은 프로그램을 도난하려고 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프로그램은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돼 쓸모없게 돼버렸잖습니까?"

  반장이 컴퓨터 용어를 사용해 조리있게 물었다. 비록 기초적인 용어였지만 조형사는 반장의 입에서 그런 단어가 튀어나온 걸 본 적이 없었다. 조형사가 반장을 바라보며 놀라는 눈치였다.

 

  ",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괴한은 이 프로그램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갔습니다. 그리고 또 그가 만약 돈으로 사주받은 도난범이라면 바이러스에 감염되든 말든 일단 물건만 가져다주면 일은 끝나게 되어 있는 거니까......"

  "괴한이 도난을 청탁받은 자란 근거가 있습니까?"

  반장이 동찬의 말꼬리를 물어 질문했다.

 

  "물론이죠. 그는 일단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다룰줄 아는 인물이고, 게다가 암벽타기에 능한 전문 도난범으로 보입니다. 저쪽 바깥 복도 끝 창문을 잘 살펴보세요. 그가 이곳을 침입하고 빠져 달아난 통로예요. 발자국도 몇 개 안 찍혀있어요. 꼭 필요한 부분만 디딘 흔적이 있습니다. 전문가가 아니고선 그렇게 능수능란하게 건물 3층을 오르내릴 수가 없겠죠."

 

  아직 연구실 바깥을 조사하지 않은 반장과 조형사는 그의 철저한 조사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그램을 도난하려 했다면 무슨 목적으로......"

  조형사가 물었다. 뻔한 얘길 꺼냈다는 생각에 조형사가 말끝을 흐렸다.

 

  "당연히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관계에 얽힌 일이겠죠. 정보통신 프로그램과 관련된."

  동찬이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다시 컴퓨터를 들여다봤다. 그 때 동찬의 머리에 문득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동찬이 경비원에게 질문했다.

  ", 그런데 오늘 아침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분이 누구죠?"

  ", 접니다. 왜 그러시죠?"

  "혹시 여기 들어왔을 때 컴퓨터가 켜져 있던가요?"

  "네, 꺼져있었던 것 같아요. , 맞습니다. 제가 신고하면서 책상을 몇 번 돌아다 봤는데 컴퓨터는 분명 꺼져있었어요. 물론 현장은 아무도 손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게 사건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 겁니까?"

  반장이 의문스럽게 물었다.

  "관계가 아주 많습니다."

  "무슨......?"

  ", 컴퓨터 안에서 살인범을 체포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동찬은 간단명료하게 대답만 할 뿐 자세한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질문공세를 퍼붓던 반장과 조형사도 마음 속으론 답답했지만 '결정적인 단서'라는 말이 나오자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컴퓨터를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동찬이 컴퓨터를 만지며 말을 이었다.

 

  "오늘 아침에 컴퓨터가 꺼져 있었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는 겁니다. 정박사는 살해되기 전 바이러스에 감염된 프로그램을 복구시키려고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컴퓨터 전원이 꺼져 있었다는 건 말이 안되는 얘깁니다."

 

  동찬은 설명을 하면서 컴퓨터에 검색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사용한 파일과 폴더를 날짜를 입력해 검색했다. 검색기가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면...... 범인이 컴퓨터를 껐다는 얘기가 됩니까?"

  역시 경륜 높은 반장이 추리도 빨랐다.

  "그렇죠. 범인이 컴퓨터 전원을 내린 건 그냥 시간이 남아돌아서 한 짓이 아닐 겁니다. 범인은 어떤 이유나 목적 때문에 컴퓨터를 사용했던 거죠. 그리고 평소 습관처럼 작업을 마친 뒤 컴퓨터 전원스위치를 무심코 내린 겁니다. 범인은 컴퓨터를 늘상 다루던 사람이 분명합니다. 제가 낮에 얘기했던 그 해커와 동일인일 확률이 높다는게 입증된 셈이죠."

 

  "범인이 컴퓨터로 무슨 작업을 했을까요?"

  조형사가 질문했다.

 

  "지금 찾고 있습니다만, 분명한 건 '포에버 21'을 보기 위한 건 아니었을 거라는 겁니다. 제 생각엔 자신이 노출될만한 어떤 파일이나 프로그램을 지우기 위해 컴퓨터에 손을 댄 것 같습니다."

 

  얘기를 하면서 동찬은 모니터 검색상자에 나타난 파일들을 시간대별로 정렬시켰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봤다.

  "바로 이겁니다! 이 파일들은 정박사가 살해된 새벽과 그 전날 밤, 이틀동안 사용했던 파일들이 검색된 것들입니다."

  ", 그런데 파일이 굉장히 많은데요?"

  조형사가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습니다. 이 파일들은 제가 보기엔 화상통신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파일들입니다. 그러니까 그 시간에 정박사는 화상통신을 하고 있었던 거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럼 범인은 정박사가 화상통신을 하던 중에 뒤에서 공격을 감행했고, 정박사의 죽음을 확인한 뒤에 자신이 화상통신 카메라에 잡혔다는 걸 발견하고는 저장된 내용을 지우기 위해 컴퓨터를 만졌다는 얘기가 되나요?"

  이번엔 반장이 추리한 내용을 정리했다.

 

  ", 바로 그겁니다."

  "그럼 이제 범인 잡는 건 시간문제네요?"

  조형사가 들떠서 얘기했다.

 

  "그런데 범인이 제대로 작업을 했다면 증거는 인멸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 때 조형사가 뭔가 떠오른 듯 환한 얼굴로 질문했다.

  "! 그럼 컴퓨터에 시간도 나옵니까?"

  "물론이죠."

  조형사의 얼굴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그럼 살해당한 정박사 시계가 멈춘 그 시간하고 컴퓨터의 시간을 비교해보시죠! 제 생각이 맞다면 그 시계는 조작일거예요."

  동찬과 반장이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조형사를 바라봤다. 조형사의 추리가 아주 참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한 번 살펴보죠."

  동찬이 모니터 오른쪽 하단에 표시된 시간을 자신의 손목시계와 비교해봤다.

 

  "컴퓨터에 맞춰진 시간은 현재시각하고는 조금 다르네요.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도 일일이 시간을 정확하게 맞춰놓는 경우는 드물어요."

  조형사의 얼굴이 다시 심각해졌다.

 

  동찬은 조형사 말에 대답을 하면서 이번엔 컴퓨터를 검색프로그램에서 하드드라이브로 옮겼다. 마우스로 하나씩 클릭해 들어갔다. 화상통신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는 파일들을 찾아 띄워놓았다. 하나씩 꼼꼼하게 들여다봤다. 실행파일을 클릭했다. 통신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었다. 첫화면이 모니터에 떴다. 메뉴바에서 옵션을 찾아 클릭했다. 컴퓨터는 역시 화상통신 내용을 1분마다 자동저장하게끔 옵션이 되어 있었다. 자동저장 경로를 확인해 두었다. 반장과 조형사는 동찬의 움직임을 따라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런 말 없이.

 

  동찬은 통신 프로그램을 빠져나가 파일이 정렬된 프로그램 방으로 갔다. 자동저장 경로에서 확인해둔 폴더를 클릭했다. 수많은 파일들이 저장되어 있었다. 시간대별로 정렬시켰다. 그런데 역시 살인이 발생한 시간대에 저장된 파일은 없었다.

 

  "역시 살해 시간에 자동으로 저장된 화상통신 파일은 누군가 지워버렸군요.  다른 파일들을 사용한 흔적이 있다는 건 분명 정박사가 누군가와 통신을 하고 있었다는 얘긴데, 자동으로 저장시키도록 설정돼 있는 파일이 꼭 그 시간에 기록된 것만 지워져 있어요. 이건 분명 범인이 살해 후에 삭제 작업을 한 것으로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그 파일이 삭제됐다면 이제 컴퓨터 안엔 증거가 될 만한게 없다는 얘기가 되는 겁니까?"

  조형사가 실망에 가득찬 눈빛을 하고는 동찬에게 말했다.

 

  "꼭 그렇지는 않아요. 더 자세히 살펴봐야겠죠. 다른 프로그램을 만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니까요. 오늘은 이제 그만 물러가야겠습니다."

 

  동찬이 철수한다는 얘기를 하자 반장과 조형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의 여유만만한 태도에 이해가 안가는 눈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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