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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포에버 21

포에버 21 <35회> - 손중선을 미행하는 사내들

writerjang 2023. 1. 22. 10:53

  승합차가 연구원들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거리에 도달하자 연구원들은 서로 인사를 주고받더니 뿔뿔이 흩어졌다. 손박사는 전철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목표물이 혼자 남았습니다. , 전철역 쪽으로 갑니다."

  "지금 챌 수 있는 상황이야?"

  "아니, 거리에 사람들이 많습니다. 역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래?"

 

  회색 그랜저도 전철역 저쪽 모퉁이를 돌아 나오고 있었다. 차가 급정거하더니 뒷문 쪽에서 덩치들이 내려 전철역으로 뛰어올라갔다.

 

  "그 쪽에서도 하나 내려보내!"

  "!"

  승합차 문이 열리더니 사내 하나가 튀어나와 전철역으로 급히 뛰어올라갔다. 차 밖으로 나오면서 권총을 외투 안쪽 주머니에 감췄다.

 

  전철역으로 올라간 세 사내에게선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랜저와 승합차는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그랜저에서 먼저 무전이 날아왔다.

  "무전기는 들려 보낸거야!"

  "! 곧 연락이 올겁니다."

 

  그리고 잠시동안 기다려 봤지만 전철역으로 들어간 사내들에게선 연락이 뚝 끊겼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호출해보겠습니다."

  승합차에 타고 있는 헤드마이크의 사내가 방금전에 뒷자리에서 튀어나간 사내에게 긴급 호출을 했다. 바로 연락이 왔다.

 

  "놈이 화장실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길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역사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알았어, 똑바로 해!"

  승합차의 헤드마이크가 성질을 버럭냈다. 그는 이어 그랜저에 무전을 날렸다.

 

  "지금 역사로 내려갔답니다."

  그랜저 조수석의 선글라스가 명령했다.

 

  "그 셰끼 무전긴 몇 번이야?"

  "채널 말씀입니까?"

  "그래!"

  "3번입니다."

  "내가 직접 통신한다, 알았나?"

  "!"

 

  선글라스는 소형 휴대용 무전기 채널을 3번으로 돌려 맞추고 무전을 쳤다.

  "나다!"

  "? , 부장님!"

  "현재 상황?"

  ", 놈이 수원행 승강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주변에 사람들은?"

  ", 여전히 많습니다."

  "지금은 어렵겠지?"

  ", 혼란스러워질 것 같습니다."

  "야 임마! 무전으론 그 ''자좀 빼, 알았나?"

  ", 알겠습니다."

  "그래도 이 자식이!"

  "......"

  보고를 하다 말고 욕을 듣자 전철역의 사내는 인상이 찌그러졌다.

 

  "전철은 탔나?"

  "...... 아니, 지금 타고 있습니다."

  "수원행이라 했나?"

  "!"

 

 

  선글라스는 운전대를 잡고있는 사내에게 수원쪽으로 달리라고 명령했다. 운전석 사내는 차를 돌려 시내쪽으로 방향을 잡고 승합차에도 연락했다. 선글라스 사내가 전철 안으로 다시 무전을 날렸다.

  "그리고 나머진?"

  "각자 흩어져서 놈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계속 따라 붙어!"

  "!"

 

  선글라스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운전석의 사내에게 명령했다.

  "일단 1호선 전철 가는 길을 따라가!"

  ", 알겠습니다, 형님."

  선글라스는 잠시 무전을 중단하고 혼자 생각에 잠겼다. 수원이라...... 손중선의 집이 아현동이라고 했으니까 수원행이든 인천행이든 그가 집에 간다면 중간에 갈아 탈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어디쯤 가고 있나?"

  "방금 동대문 전철역을 지났습니다."

  "안내렸어?"

  "."

 

  그렇다면 다음으로 갈아탈 수 있는 역은 종로3가와 시청, 두 군데가 남았는데 종로3가는 몇 번을 더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번거롭게 할 리는 없었고, 결국 시청에서 내릴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손중선이 어디에 가는지 또 어디서 갈아탈지는 아직 아무런 정보가 없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부하들만 족치는 수밖에.

  "갈아타는 역에서 놈이 내릴 지 모르니까 특히 주의하도록 해!"

  ", 알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낚아채기 좋은 상황이 되면 보고하고."

  "!"

 

  손중선은 종로3가도 그냥 지나쳐갔다. 그리고 가장 유력했던 시청에서도 내릴 생각은커녕 무언가 생각에 깊이 빠져있는 듯 보였다.

 

  "혹시 놈이 눈치챈 거 아냐?"

  "그렇진 않습니다."

  "들키지 않게 조심해!"

  "!"

 

  결국 손중선은 마지막 갈아타는 역인 신도림도 그대로 지나쳤다. 그랜저와 승합차는 시청을 거쳐 서울역을 지날 때쯤 전철이 신도림역을 지났다는 통보를 받았다. 선글라스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한 낮인데도 서울시내에선 어쩔 수 없이 간간히 차가 막히는 구간이 있었다.

 

  "지금은 어디쯤이야?"

  "이제 막 가리봉역을 지났습니다. ! 놈이 일어섰습니다. 다음 역에서 내릴 모양입니다."

  "다음 역?"

 

  마음이 다급해진 선글라스는 수첩 뒷부분에 그려져 있는 전철노선도에서 가리봉 다음 역을 찾으려고 들여다보았다. 그 때 저쪽편에서 역이름을 불러줬다.

  "시흥역입니다."

  "그래? 끝까지 놓치면 안돼, 알았나?"

  ", 알겠습니다."

  "이제 1분마다 상황보고 하도록."

  "!"

 

  선글라스가 타고 있는 그랜저는 이제 영등포를 지나 시흥대로로 접어들었다. 그 뒤를 15인승 승합차가 바싹 따라가고 있었다.

  "놈이 전철역을 나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변 상황은?"

  ", 사람들이 몇 명 있습니다."

  하기야 지금 놈을 납치해도 서울까지 옮길 교통수단이 없으니 하나마나한 일이었다.

  "한 명만 버스에 타고 나머진 택시라도 잡아타고 뒤쫓아!"

  "! 놈이 버스에 탔습니다."

  "빨리 택시 잡아타!"

  "택시!"

  저쪽에서 무전기를 켠 채로 소리를 질러댔다. 선글라스는 갑작스런 고함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 자식이 어따대고 소릴 질러!"

  "아이고, 죄송합니다."

  무전기의 사내는 선글라스가 보이지도 않는데 무전기에 대고 절을 꾸벅꾸벅 잘도 해댔다.

  "지금은 어디쯤이야?"

  "버스가 광명시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계속 따라가!"

 

  한편 미행자들이 잡아 탄 택시의 기사는 덩치가 큰, 꼭 조직폭력배 같은 두 사람의 인상이 별로 안좋아 께름칙해했다. 게다가 한 명은 무전기에다 대고 뭐라고 계속 떠들어 대고 있는 폼이 마치 살인이라도 저지를 태세여서 덜컥 겁이났다. 그들이 따라가라는 버스엔 누가 타고 있길래 이렇게 야단법석을 떠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해 이들이 내렸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요금을 받아내긴 다 틀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저씨 똑바로 좀 따라가요!"

  무전기를 들고 있지 않은 덩치가 택시기사를 윽박질렀다.

  ", 네네!"

 

  그 때 무전기에서 칙칙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은 어디야?"

  "철산동을 지나고 있습니다."

  "뒤를 한 번 돌아봐, 지금 앞에 있는 거 너 맞아?"

  무전기의 사내가 뒤를 돌아다 봤다. 그랜저가 어느 새 택시 뒤를 바싹 따라오고 있었다.

 

  "택시 세우고 이쪽으로 갈아타!"

  ", 알겠습니다. 아저씨 차 세워요!"

  ", 녜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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