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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포에버 21

포에버 21 <38회> - 괴한들에게 유괴된 손중선의 딸

writerjang 2023. 1. 25. 12:26

  우두머리로 보이는 훤칠한 키의 사내가 말을 꺼냈다.

  "손중선 박사, 고생 많으셨우!"

  "아니, 당신은......"

  "그래요, 바로 나요, 곽현재. 손님을 모셔오기가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

 

  그들은 이미 구면이었다. 곽부장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손박사! 당신 꽤 대단한 사람이야? 겁도 없이 우리를 속여, ?"

  "무슨 소리예요. 난 당신들이 해달라는대로 다 해줬어요. 암호도 이미 알려줬잖아요."

  "알려줬지. 그럼 뭐하나? 그 프로그램은 이제 쓸모없게 돼 버렸잖아, 당신은 알고 있었지? 아니, 혹시 당신이 일부러 그런 건 아냐?"

  "난 모르는 일이예요."

  "좋아, 뭐 그건 어찌됐든 상관없지. 그런데 암호 하나 알려준 대가가 3억이면 너무 과하지?"

 

  곽부장은 잠시 뜸을 들이고 뭔가 생각하는 눈치였다. 목소리는 다시 가라앉았다.

  "그 땐 당신 손으로 넘겨줄 수 없다고 해서 우리가 양보를 했지만 결국 이런 결과가 나오고야 말았어. 마치 당신이 의도적으로 우리 일을 방해한 것처럼 돼버렸지."

  "프로그램이 감염될 줄은 나도 몰랐어요."

  "어쨌든 결과는 당신이 방해한 거나 마찬가지가 됐잖아! 당신은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소? ?"

  "저도 이제 손 쓸 방법이 없어요. 돈은 다시 가져가도 좋아요."

  "그걸 말이라고 해? 이봐, 내가 당신을 몰라? 난 당신네들에 대해선 당신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야! 당신네들은 그 프로그램을 그냥 그렇게 날려버렸을 리가 없어."

  곽부장이 으름장을 놨다.

 

  "......"

 

  "이봐! 이젠 발뺌해봐야 소용없어. 괜히 시간만 낭비하는 거라구."

  손중선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당신은 둘 중 한 가진 선택해야돼. 프로그램을 살려놓든지, 아니면 당신네들이 보관하고 있는 완성본을 내놓든지. 이도저도 아니면 당신은 여기서 살아나가기 힘들어, 알아? 사람 하나쯤 죽여도 티도 안나게 할 수 있어, 우린!"

  "당신들 마음대로 하시오. 난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까."

  "이거 정말 안되겠구만!"

 

  곽부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하들에게 눈짓으로 명령했다. 그 때부터 무자비한 구타가 시작됐다. 덩치들은 손이건 발이건 몽둥이건 손에 잡히는게 있으면 무조건 무기로 삼았다. 매를 맞다말고 손중선은 수십 차례씩이나 기절을 거듭했다. 그 때마다 그들은 손중선의 얼굴에 찬 물을 끼얹어 깨우곤 했다. 그들에겐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마음이 급할수록 매질의 강도도 점점 세졌다.

 

  그 때 천사의 집에 들러 정황을 알아보고 온 승합차의 사내들이 들이닥쳤다. 그 중 헤드마이크를 끼고 상황을 보고하던 사내가 곽부장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조사한 내용을 보고했다. 구타가 멎었다. 헤드마이크의 얘기를 들으며 곽부장은 얼굴에 음흉한 미소를 흘렸다.

 

  "얘들아, 이제 수고롭게 힘을 쓸 필요가 없게 생겼다."

 

  이들의 태도가 왜 갑자기 돌변하고 있는지 손중선은 알 길이 없었다.

  "손박사, 당신 아주 훌륭한 사람이더군. 당신이 돌보는 아이가 하나 있다면서?"

  "......"

  "그 아이 당신 자식 맞지?"

  "......"

  "어찌됐든 그건 우리가 알 바 아니고, 그 아이를 지금 우리 애들이 보호하고 있다는데, 어때 맘에 드시나? 당신이 지금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차라리 잘 된거 아냐? 우리 손으로 봐줘야 애도 잘 크고 그럴 거 아냐."

  순간 손중선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그 아이는 안돼. 그 애는 손대지 마, 이 치사한 인간들아!"

  "치사해? 그래, 우리는 아주 치사한 놈들이야. 그러니 빨리 더 더러운 꼴 당하기 전에 여기서 얘기를 끝내자고. ?"

  "......"

  "숨겨논 원본 CD만 내주면 일은 아주 간단하게 끝나."

  "......"

  "그래, 묵비권을 행사하시겠다? 그럼 할 수 없지."

  곽부장은 헤드마이크에게 고개짓을 했다. 마이크폰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아직도 시간은 좀 있는데......"

  곽부장은 손중선을 내려다보며 계속 음흉한 미소를 흘렸다. 급기야 손중선은 초조한 눈빛을 하고는 기죽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

  "그래, 말을 하라구."

  "말 할테니까, 애를......"

  "좋아. 난 처음부터 당신이 이렇게 나올 줄 알았어."

 

  곽부장은 헤드마이크에게 무전을 날렸다. 행동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래. 그렇게 고분고분 얘길 해야지. 흐흐흐. , CD는 어딨지?"

  "CD는 지금 내게 없소."

  "아니, 뭐라고? 이 놈이 그래도......"

  순간 곽부장은 손중선의 멱살을 붙잡고 한 대 내려칠 기세였다.

 

  "잠깐, 내 말을 마저 들어요."

  "좋아."

  곽부장이 멱살을 쥔 솥뚜껑만한 손을 놓았다. 손중선의 몸이 의자에 풀썩 팽개쳐졌다. 마치 구겨진 휴지조각 처럼.

 

  "말해봐!"

  "지금 프로그램을 복구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CD는 받아놓은 게 없어요."

  "그래서? 지금 나하고 말장난하자는 거야, 뭐야?"

  "딱 한 가지 방법이 있어요."

 

  곽부장은 답답한지 자기 가슴을 펑펑 두드렸다. 그러면서도 그의 눈은 계속 손중선의 입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튀어나올 다음 말이 몹시 궁금한 표정이었다. 마치 굶주린 늑대가 사냥감을 기다릴 때의 눈빛처럼 거구 곽부장의 눈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어떤 단체에서 우리 연구소가 만들려던 프로그램과 아주 유사한 걸 개발했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으래? 그게 어디지?"

  "한국 정보통신 발전을 위한 용산모임이란 단체예요."

  "무슨 이름이 그렇게 복잡해...... 용산이 뭐 어쨌다고?"

  "한국 정보통신 발전을 위한 용산모임."

 

  곽부장은 알쏭달쏭 긴 이름을 다 외울 수가 없어 부하들을 닦달했다.

  "빨리 적지 않고 뭐해, 임마!"

  "!"

  "그게 어디에 있는거지?"

  "용산 전자상가 내에 있는 거로 알고 있어요."

  "그래? 그게 만약 거짓이라면 당신은 더 이상 살기를 거부한 걸로 받아들이겠어! 알았어?"

  "틀림없어요......"

 

  곽부장은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빨리 가서 알아봐!"

  "!!"

  부하들이 그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밖으로 튀어나갔다.

 

  "우리 주희는 이제 돌려보내주세요."

  "주희......? 주희가 누구더라......?"

  곽부장이 아이의 이름을 모르는 척 능청을 떨었다. 손중선이 그런 곽부장을 노려봤다.

 

  "아하, 그 고아원 계집 아이? 그럼 돌려보내야지, 아무렴!"

 

  곽현재의 대답을 듣고 손중선은 다소 안심하는 눈치가 엿보였다.

  ", 당신 말이 사실인지 확인부터 해야겠지? 그게 거짓이면 나 또 바보되라고? 흐흐!"

 

  곽부장은 계속 주절주절 떠들어댈 뿐 부하들에겐 아무런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다만 회심의 미소가 그의 얼굴에 얼핏 스쳐갔다. 사실은 아이를 데려오지도 않고 말로만 협박한 것에 손중선이 넘어간 것이다. 곽부장은 손중선에게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한 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당신! 당신은 그 얼굴에 상처가 아물때까지 당분간 우리와 함께 있어야겠어. 이거 박사님께서 얼굴이 그래가지구 어디 돌아다니겠어? 하하하!"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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