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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포에버 21

포에버 21 <47회> - 이름 조회로 정박사 옛 연인 찾기

writerjang 2023. 2. 2. 22:45

  노트북 컴퓨터를 경찰청 전산자료실 메인서버에 연결했다. 새벽 이른 시간이라 연결이 꽤 빨랐다.

  인물 검색 프로그램을 불러냈다. 검색 메뉴에서 이름란에 오혜진을 타이핑해 넣고 성별란에 여자, 생년월일란엔 1963125일을 순서대로 타이핑했다. 생년월일과 이름이 같은 오혜진이란 여자는 123명이었다. 그 중에 주소지가 서울인 사람을 골라냈더니 모두 45명이었고, 그 중 본적이 홍천군 내촌면인 사람이 4명이었다.

 

  범위를 꽤 좁힌 셈이다. 그러나 동찬은 이 4명 중에 정박사의 옛애인 오혜진이 없다면 헛수고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주소지와 본적지는 어디까지나 그의 짐작일 뿐이니까.

 

  더 확실한 방법은 그녀의 동생이라는 오남수와의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남수가 일곱 살에 양자로 갔다면 아무런 연관성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일단 시도해보기로 했다.

 

  주소지가 서울인 오남수라는 사람은 19명이었다. 그 중 나이가 32, 그러니까 1968년생인 오남수는 모두 18명이었다. 그러나 생각대로 4명의 오혜진과 주소지나 본적지가 같은 오남수는 없었다.

 

  일단 이 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기로 했다. 그들의 원적지를 조사하면 공통분모가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이들 중 본적지가 지방인 14명은 각 지방 구청이나 군청에 전화로 협조요청을 하고, 본적지가 서울인 나머지 8명은 직접 찾아가서 알아보기로 했다.

 

  동찬은 22명의 명단을 일일이 작성했다. 최종적으로 자세히 검토해보고 수정했다. 한 장에 정보를 모두 담았다. 그리고 하드드라이브에 저장했다. 인쇄명령을 내렸다. 프린터에서 종이 한 장이 인쇄되어 나왔다.

 

  프린트 용지를 들고 자세히 살펴봤다. 꼼꼼하게 살펴보다가 동찬은 주소가 잘못 기입되어 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다시 경찰청 메인서버에 연결시켜서 확인해봐야 했다. 통신프로그램을 불러냈다. 전화의 다이얼톤이 들렸다. 그러나 계속 연결실패 메시지가 떴다. 오전 9시가 넘어 이젠 업무시간이라 잘 연결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몇 번을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동찬은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곰곰이 궁리를 해봤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아까 최종적으로 수정하고 저장하기 전의 백파일을 뒤져보는 거였다. 역시 백파일엔 주소가 제대로 기입되어 있었다. 그 부분에 블록을 치고 복사해 본래 파일에다 붙였다. 이제 파일이 완성됐다. 다시 프린터를 작동시켰다.

 

  인쇄가 진행되는 동안 동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목이 말랐다.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한 컵 따라 마시고 서재로 돌아오는데 문득 그의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정박사 컴퓨터의 화상통신 프로그램이었다. 백파일을 찾아보지 않은 게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동찬은 서둘러 외출준비를 했다. 욕실에 들어가 세면을 하고 옷장에서 닥치는 대로 옷을 꺼내 걸치는 데 걸린 시간이 채 일분도 안됐다.

 

  서재로 뛰어들어가 프린트 용지를 뽑아들고 노트북 컴퓨터를 챙겨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차에 시동을 걸고 어둑어둑한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와 수성연구소를 향해 차를 몰았다.

 

  출발한 지 30분만에 동찬은 정박사 연구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30분 동안 어떻게 차를 몰고 왔는지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 컴퓨터를 부팅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기분이었다.

 

  동찬은 정박사 컴퓨터가 이젠 마치 자신의 것처럼 아주 익숙해 있었다. 프로그램을 찾는 것도, 암호를 타이핑하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웠다. 화상통신 프로그램에 들어가 백파일을 찾아봤다. 백파일이 4개 있었다. 그 중 사건 당일날 저장된 것을 찾아냈다. 파일을 실행시켰다.

 

  파일이 바이러스 영향 때문인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았다. 화상에 사람이 나와 말을 하고 있었는데 한국어는 분명 아니었다. 정확하게 11분짜리였다. 두 번째로 돌려봤다. 사람은 노랑머리의 외국인이었고 언어는 영어인 것 같았다.

 

  파일 등록정보를 뒤졌다. 수신자 정보에 미국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정박사가 통신을 한 사람은 미국인이었다. 동찬은 아마도 프로그램에 대한 상담이었을 거라고 추측했다. 바이러스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 했던게 분명했다. 전화번호를 수첩에 적었다.

 

  동찬은 예비로 가지고 다니는 공CDCD라이터에 넣었다. 화상통신 백파일을 CD에 담았다. 작업이 끝났다. 이젠 오혜진을 찾아나설 차례였다.

 

 

20: 양심

 

  정형사는 다시 권박사를 방문했다. 오늘은 권박사가 컴퓨터시스템 연구센터 본부장실에 있었다. 정형사가 노크를 하자 비서의 대답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 정형사는 비서에게 눈짓을 하고는 바로 권박사 자리를 향해 걸어갔다.

  권박사는 정형사의 갑작스런 등장에도 놀라지 않았다. 담담한 태도로 정형사를 맞았다.

  "박사님, 안녕하셨어요?"

  "오늘은 또 어쩐 일이요?"

  권박사가 대뜸 공격적으로 말하자 정형사는 당황스러웠다.

 

  "작업이 잘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왔습니다."

  "......"

  "대답이 없으신걸 보면......"

 

  젊은 여형사의 당돌한 태도에 불쾌했던지 권박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쨌건 발표회날 보면 알게 되잖소? 사람을 자꾸 귀찮게 하지 말아요!"

 

  오늘은 권박사가 단단히 맘을 먹었는가 보다. 정형사에게 빈틈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볼 일 없으면 돌아가 주시오! 난 바쁜 사람이예요."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공격하지 않으면 권박사는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게 분명했다. 맘에 걸리는 게 있기 때문에 더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형사는 알아챌 수 있었다. 권박사의 마음 한 가운데 양심이 동요하고 있었다.

  "정박사님 참 안됐어요."

  "그게 무슨......?"

  정박사 얘기를 꺼내자 권박사의 강경했던 태도가 대번에 누그러졌다.

 

  "정박사님 장례식에 가셨었죠?"

  "아니, 그걸 어떻게......"

  "그냥 먼발치에서만 지켜보고 계셨죠? 마음이 아프셨겠지만 둘도 없는 친구분 장례식인데 너무 하셨더군요."

  "......"

  정형사는 내친김에 일단 전부 쏟아놓는게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획실에서 뭐를 좀 입수했나보던데?"

  "그건 또 무슨 말이요?"

  "글쎄, 그건 박사님이 더 잘 아시겠죠? 아무튼 전 박사님의 과학자로서의, 그리고 정박사님 친구로서의 양심을 믿습니다."

  "......"

  "그럼 박사님이 충분히 알아들으셨을 거로 믿고 전 이만."

  ", 잠깐만!"

  자기 말만 총알같이 쏟아붓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정형사를 권남우 박사가 불러세웠다. 정형사가 문쪽으로 걸어가다 말고 휙 돌아섰다. 그러나 권박사는 이내 시선을 돌렸다.

  "아니오, 아무 것도......"

 

**********

 

  같은 시각 곽현재 부장은 회장의 전화를 받고 쩔쩔매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형사나부랭이가 회사를 휘젓고 다니는 거야?"

  "? 제가 알아보고 단속하겠습니다."

  "이 사람이 정보가 이렇게 느려서야, !"

  한회장이 답답한 듯 혀까지 끌끌 차면서 곽부장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냄새를 맡은 건 아냐?"

  "그렇진 않을 겁니다. CD건은 아주 비밀리에 진행시켜 아무도 모를 겁니다."

  "확실한가?"

  ", 그렇습니다."

  "그럼 왜 그 놈들이 권박사를 만나고 다녀!"

  "권박사를 만나다니요?"

  "! 용팔이! 너 정말 이렇게 나올래?"

  "......"

 

  회장이 또 곽부장의 비위를 건드렸다. 그러나 곽부장은 지금 뭐라고 말대꾸할 게재가 아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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