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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포에버 21

포에버 21 <49회> - 시중에 떠도는 멀쩡한 프로그램

writerjang 2023. 2. 8. 22:16

21: 체포

 

  조형사는 아침 일찍부터 반장을 애타게 기다렸다. 손중선에 대한 수사결과를 반장에게 보고하고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손중선은 벌써 삼일째 집에도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도주의 우려까지 있었다. 그런데 반장은 출근시간이 지났는데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조형사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반장이 한시간이나 늦게 출근했다. 조형사가 반장에게 급히 다가가 그동안의 수사결과를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반장님, 아주 일이 급하게 됐어요."

  "어떻게 됐는데?"

  "손중선일 조사해 본 결과 범인이라는 확증이 생겼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차분하게 말해봐!"

 

  조형사는 마음이 급해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손중선이 통장이..... 3억원이 들어있는 통장이 사실은 태산그룹에서 입금시켜준 거였어요. 그리고 손중선은 이번 달에 유학길에 오르게 되어있고요."

  "그래서?"

  "손중선이가 그동안 허름한 자취방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고아원에 있었어요."

  "고아원은 또 뭐야?"

  "손중선이의 외조카가 고아원에 맡겨져 있더라구요. 손은 그동안 그 고아원에 양육비로 매달 백만원 이상씩 보내왔다는군요."

  "알았어, 알았다구!"

  조형사는 반장의 시큰둥한 반응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이가 없었다. 자기딴에는 새로운 사실들, 더구나 손중선을 범인으로 확정지을 수 있는 분명한 근거들을 찾아왔는데도 반장의 반응은 영 그게 아니었다.

 

  ", 우리 천천히 생각해보자구."

  반장의 여유만만한 태도에 조형사는 혼자서만 서두를 수가 없었다. 흥분을 진정시키느라 냉수를 한 컵 따라왔다.

  "그렇지. , 이젠 좀 마음이 진정됐나?"

  "......"

  "나도 몇 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가지고 오는 길이야."

  "?"

  "우선, 자네 얘기부터 차분하게 들어보자고."

  ". 제 생각엔 손중선이가 범인인 것 같아요. 그는 유학을 떠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태산이 그에게 접근했고 3억원이란 거금을 제시한다. 조건은 '포에버 21'을 넘겨주는 대가였고. 그래서 손중선이 거사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려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날은 정박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프로그램 때문에 밤샘작업을 하는 날이었다. 손은 정박사가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도난하려다 발각된다. 손은 급한 마음에 정박사를 살해하고 외부에서 침투한 것처럼 환기구 등을 위장한다. 그러므로 저는 손중선이 범인이라고 감히 결론을 내리는 바입니다."

  조형사는 마치 추리극장의 대사를 외듯 줄줄 설명했다.

 

 

  "그거 아주 괜찮은 추리야. 그런데 자네가 모르는 몇 가지 사실이 어제 발견됐어."

  "그게 뭔데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포에버 21'이 시중에 나돌고 있다는 거야. 더욱이 모 집단이 이를 탈취해가버렸지."

  "그러면 손중선이 정박사 연구실을 침입하기 전에 이미 프로그램이 유출됐다는 얘기가 되나요?"

  "잠깐, 끝까지 들어봐."

  "......"

  "그 집단이란 건 태산그룹이고."

  "그럼 범인이 태산이라는 얘깁니까?"

  "아니지, 자네 얘기처럼 누군가 연구소 내부에 매수당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지."

  "그럼 제 얘기하고 비슷한 거 아닙니까?"

  "비슷하지만 앞뒤가 조금 다르지."

  "어떻게요?"

  "살인사건이 있기 전날, 그러니까 범인은 '포에버 21'이 이날 완성된 걸 알고 미리 공 CD에 복사해 둔다. 애초 목적은 태산그룹에 프로그램을 넘기는 것인데 중간에 마음이 바뀐다. 태산이라는 이익집단에 연구성과를 넘기는 것은 과학자로서의 양심에 꺼리끼는 짓이란 걸 뒤늦게 깨닫고 후회한 연구원은 시민단체인 '한국 정보통신 발전을 위한 용산모임'에 발신인이 없는 우편으로 CD를 보낸다."

  "한국 정보통신 발전을 위한 용산모임은 또 뭡니까?"

  "글쎄, 그런게 있어. 한 번 들어봐!"

  "."

 

  "그리고 프로그램에 바이러스를 침투시킨다. 자신의 완전범죄를 위해 세상엔 단 하나의 CD만 남겨 놓는다. 그러나 자신이 바이러스를 침투시킨 해커라는 걸 정박사에게 발각되자 태산에 매수된 연구원은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자신의 행각이 줄줄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위기에 처한다. 그러던 중 사건 당일, 정박사의 예정에도 없던 야근을 알게 되고 절호의 기회를 만난 연구원은 이 날 살인을 감행한다. 그리고 외부의 침입으로 인한 살인사건으로 위장한다. 그리고 자신은 이미 태산으로부터 받은 3억원을 챙겨 해외로 유학을 떠난다."

  "그러면 반장님도 손중선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계신거네요?"

  "그렇지. 여기 영장도 이미 가져왔어."

  반장은 영장을 살랑살랑 흔들며 조형사를 놀리듯 말했다. 꼭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이었다. 조형사는 경찰서에서 반장의 유일한 놀림감이었다. 그 이외의 사람하고는 절대로 농담이나 장난을 하는 경우가 없었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어요."

  "뭔데?"

  "그 고아원에 맡겨둔 조카라는 아이는 어떻게 할 생각이었을까요?"

  "그야 알 수 없지. 사건이 잠잠해지면 그 때 돌아와서 데려가려고 했는지......"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죠?"

  "그 문젠 두고 보자고. 우선 손중선일 찾아내는 게 문젠데."

  "이제 어떻게 그를 찾아내죠?"

  "우선 자네는 손중선이의 출국 예정일이 언젠지 알아보고 출국금지를 신청하도록 해."

  "."

  "그리고 집 말고는 어디 다른데 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곳은 없나?"

  "고아원하고 집밖에는 모르는 인물이었다니까요?"

  "그래? 그럼 우선 공항에 알아봐!"

  "."

 

  조형사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 수화기를 들었다. 반장도 자기 자리에서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걸었다.

  "노형석입니다만, 오늘중으로 손중선을 체포할 생각인데......"

  반장이 상대편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일단 그의 신병을 확보해두고 취조를 할 생각이예요."

  조형사가 반장 자리로 돌아왔다.

 

  ", 그럼 이따 봅시다."

  조형사가 반장의 통화내용에 대해 물었다.

  "누굽니까?"

  ", 서경감. 일단 손중선을 체포해서 취조하겠다고 얘기했어. 알고나 있으라고."

  "뭐라 그럽니까?"

  "유력한 용의자이긴 한데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냐고."

  반장의 얘기를 들으며 조형사가 입을 삐쭉거렸다.

 

  "아무튼 손중선을 찾아내는 게 급선무야. 공항쪽은 어떻게 됐나?"

  ". 손중선에 대한 정보를 줬더니 연락주겠다고 하더군요. 기다려봐야겠어요."

  "그럼 공항에서 연락 오는데로 양형사 호출해서 같이 출동하라고."

  ",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형사에겐 연락이 있었나요?"

  "그쪽은 그냥 내버려둬. 그 프로그램 때문에 태산이니 어디니 하며 쫓아 다니는 모양인데, 서경감이 지휘하겠다니까 그냥 놔두는게 좋을 것 같아."

  "네에."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조형사가 다급하게 수화기를 들었다.

  "....., 네에, ......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조형사가 몇 번 대답만 하더니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급히 반장에게 달려갔다.

  "큰 일 났는데요?"

  "?"

  "손중선이 출국예정일이 원래 이번 달 말이었는데, 오늘 오전 10시 반 비행기로 당겨졌다네요."

  반장이 시계를 들여다봤다. 시간은 9시에 가까워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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