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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포에버 21

포에버 21 <50회> - 혼란스러운 공항 출국장 수색

writerjang 2023. 2. 11. 00:35

  "그래? 그럼 이젠 출국금지명령을 내려도 소용없겠네?"

  ", 그렇대요. 벌써 비행기에 탑승했을 수도 있답니다."

  ", 빨리 나가지!"

  반장이 먼저 외투를 챙겨 들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조형사도 뒤질세라 반장 뒤를 따랐다.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반장이 양형사를 호출해 공항으로 직접 오라고 지시했다. 이젠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손중선이 아직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기를.

 

  조형사는 자동차 지붕에 경광등을 달고 사이렌까지 울려가며 공항을 향해 곡예를 하듯 달려갔다. 하지만 워낙 거리도 멀고, 역시 서울은 교통혼잡이 보통이 아니라 생각만큼 차는 잘 빠져나가지 못했다. 경찰 사이렌을 울려도 길을 양보해주는 차는 별로 없었다. 아마도 그들은 경광등에 사이렌까지 울리는 경찰을 보고 괜히 차가 막히니까 저러는거, 라고 하며 비아냥거릴 게 뻔하다는 걸 형사들은 잘 알고 있었다.

 

  반장과 조형사는 10시가 다 되어서야 공항 출국로비에 도착할 수 있었다. 10시 반 대한항공편이었다. 두 사람은 출입구에서부터 대한항공 티케팅 창구로 내리 달려갔다.

 

  조형사가 공항직원에게 티케팅 인원을 점검해줄 것을 요청했다. 손중선은 이미 940분쯤 티케팅을 마쳤다. 이제 어디가서 그를 찾을지 막연하기만 했다. 반장이 공항 경찰에 협조요청을 하기 위해 뛰어갔다.

 

  다행히도 출국 게이트를 통과하지 않았다면 그는 로비 어딘가에 있겠지만 이미 통과했다면 낭패였다. 일단 찾아보기로 했다. 놀러가는 게 아니니 면세점이나 선물코너엔 가지 않았을테고, 스낵코너, 화장실...... 모든 장소가 수색 대상이다. 그러나 혼자서 돌아다니다 놓치기라도 하면 더 큰 낭패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 조형사는 출국 게이트 앞에서 꼼짝않고 서 있었다. 조형사는 안절부절 정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었다. 양형사는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양형사에게 호출했다. 그러나 전화는 오지 않았다.

 

  반장이 돌아왔다. 반장은 공항 경찰들도 만약 비행기에 탑승했다면 손을 쓸 수가 없다는 얘기를 하더라고 했다. 방법이 달리 없었다. 나눠서 찾아보는 수밖에. 이렇게 범인을 놓친다면 끔찍한 뒤탈을 어떻게 감당할까, 하고 조형사는 걱정이 태산같았다. 그 때 조형사 휴대폰 벨이 울렸다. 양형사였다.

  "지금 어딨는거야?"

  ", 공항 로비에 있습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지금 로비에 있는데."

  "전 스낵코너에 있습니다."

  "거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언제 왔어?"

  그 와중에도 조형사는 양형사를 나무랄 기세였다. 반장이 그런 조형사를 흘겼다. 빨리 오라든가, 찾아보라든가 지시를 하라는 눈치였다.

 

  "940분쯤에 왔습니다."

  "그런데 뭐하고 있는거야, 지금?"

  ", 지금 손중선이 뒤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뭐라고?"

  조형사가 전화하다 말고 소리치자 반장이 귀를 기울였다. 조형사가 전화기를 귀에서 떼고 반장에게 말을 했다.

 

  "손중선이가 지금 스낵코너에 있답니다."

  반장이 조형사에게서 전화기를 빼앗았다.

  "어디 있는 스낵코너지?"

  반장의 목소리는 그래도 조형사에 비해선 굉장히 차분한 편이었다.

  ", 출입구에서 보면 1층 오른 쪽 끝입니다."

  "알았어. 곧 내려 갈테니까 계속 따라붙어!"

  ". ! 지금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알았어. 전화 끊고 빨리 따라나가!"

  "!"

 

  반장이 전화기를 조형사에게 건네주고는 순식간에 1층으로 뛰어내려갔다. 조형사도 그 뒤를 바싹 따랐다. 반장이 조형사에게 출국게이트로 다시 올라 가라고 지시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조형사가 방향을 바꿔 다시 위로 뛰어 올라갔다.

 

 

  반장이 계단을 뛰어내려가 왼쪽을 쳐다봤다. 구석에 양형사의 모습이 보였고 조그만 여행용 가방을 든 손중선이 잡지 코너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반장이 양형사에게 손짓을 하고는 손중선의 뒤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형사들의 움직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양형사도 그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그 때 손중선이 낌새를 챘는지 고개를 휙 돌렸다. 그러나 베테랑 노반장의 손놀림은 전광석화와도 같았다. 재빠르게 손중선의 손을 잡아채 뒤로 꺾고는 수갑을 채웠다.

  "손중선씨 당신을 정일준 박사 살인 혐의로 체포합니다."

  손중선은 잠시 놀라는 듯 하더니 이내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반문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요. 선량한 사람을 이렇게 취급해도 되는겁니까?"

  "자세한 얘기는 경찰서에 가서 하죠."

  "좋습니다. 가시죠!"

  손중선은 의외로 담담했다. 순간 반장은 잘못 짚은 건 아닌지 회의가 들었다. 반장이 손중선을 양형사에게 맡기고 전화를 했다. 단축다이얼 1번을 길게 눌렀다. 상대편에서 전화를 받았다.

  "철수!"

  반장은 짧게 지시했다. 반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거구 조형사가 계단을 뛰어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그가 뛰는 모습은 가히 우스꽝스러움의 극치였다.

 

 

22: 테러

 

  정형사는 차를 용산으로 몰았다. '포에버 21'이 담긴 CD를 용산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강탈당했다는 얘기를 동찬에게서 듣고는 아무래도 직접 찾아가서 알아보는게 순서일 것 같아서였다. 이왕 시내로 나온 김에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을 것 같아 일단 용산에 들러 확인해보고 갈 생각이었다.

 

  서울역을 지나 남영동에 들어서자 사거리쯤에 사고가 났는지 차가 막혀 도무지 움직이질 못했다. 정형사는 핸들을 꺾어 원효로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숙대입구로 빠지는 뒷길로 들어서자 그곳은 매우 한적했다. 시속 30킬로로 달렸다. 이제 전자상가까지는 불과 1킬로미터도 남지 않은 거리였다.

 

  같은 시각. 동찬은 용산구청 민원실 호적계에서 직원들의 협조를 받아 호적부를 열람하고 있었다. 오혜진과 오남수를 찾아 서울시내를 누비고 다니는 중이었다. 여섯 군데 구청을 돌아다녔지만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동찬이 찾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혜진과 오남수의 가족관계를 연결시킬 만한 근거도 없었다. 이제 남은 데는 두 군데 밖에 없었다. 물론 명단엔 본적지가 지방인 사람 14명이 남아있었지만 기대를 걸기엔 근거가 너무 희박했다.

 

  동찬은 오혜진을 찾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다니면서도 자신이 왜 그녀를 찾아야 하는지 뚜렷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오혜진이란 여자는 정박사의 과거의 여자일 뿐인데. 그녀에게서 이번 사건 해결의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자신이 오혜진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정박사 연구실 컴퓨터 곳곳에 스며있는 오혜진에 대한 정박사의 진한 그리움이 동찬을 움직이게 했다. 그녀를 찾아보지 않고는 이번 사건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을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정형사는 숙대입구를 지나 청파동 부근을 달렸다. 머리는 온통 '포에버 21' 프로그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만약에 CD를 태산에서 강탈했다 해도 문제는 프로그램을 유출시킨 인물이 누군가 하는 것인데, 쓸데없이 태산에서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회의가 왔다. 프로그램을 CD에 담아 시중에 흘린 인물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면 그를 추적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배의 얘기론 수석연구원인 손중선의 통장에 태산으로부터 거금이 입금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지만 그가 범인이라면 CD를 태산에 넘기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에 골치가 지근지근 아파왔다.

 

  차가 청파동을 지나 구름다리를 막 오르려 할 때였다. 그 때 골목에서 청색 소나타가 튀어나오더니 급작스럽게 대로로 뛰어들었다. 정형사는 흠칫 놀라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익---"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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