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가의 창작소설

WRITERJANG

소박한 글쓰기

창작소설 40

포에버 21 <16회> - 슬픔을 찾을 수 없는 영안실 분위기

반장은 곡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그녀에게 조의를 표했다. "이런 일을 당하셔서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 곡을 할 때와는 달리 그녀는 아주 밝은 목소리로 당돌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누구시죠?" "아, 이거 결례를 저질렀군요. 저희는 청량리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네....... 고생하시네요." 뭔가 불만이 섞인 말투였다. 남편의 죽음에 대한 불만인지 아니면 반갑지 않은 손님이기 때문인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반장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 "많이 힘드시겠지만 잠깐만 협조를 해주십시오." "네, 말씀하세요." "바깥양반에 대한 얘깁니다. 최근에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했다거나, 누군가와 좋지 않은 일로 다투거나 한 적 혹시 없습니까?" "글쎄요....... 그 양반이 어디 누구와..

장편/포에버 21 2023.01.10

포에버 21 <12회> - 살인사건 보다 더 중요한 국가 프로젝트

5장: 출동 동찬은 경찰청 주차장 한쪽 구석에 주차해 놓은 차를 가지러 갔다. 무려 2년 동안이나 그대로 세워놓았는데 시동이나 제대로 걸릴지 궁금했다. 역시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벽에 붙어있는 쪽은 그런데로 멀쩡했는데 중앙으로 노출된 쪽은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많았다. 다른 차들이 드나들면서 낸 상처가 분명했다. 그래도 2년 동안에 이 정도 상처면 감지덕지라고 생각하면서 원격시동 리모트컨트롤 1번 스위치를 눌렀다. '삑삑' 소리를 내면서 도어잠금장치가 풀렸다. 다행히도 배터리는 멀쩡한 모양이었다. 2번 시동스위치를 눌렀다. 트렁크를 열고 먼지떨이를 꺼내 들었다. 차 윗 부분부터 먼지를 털어나갔다. 앞 유리, 보닛, 운전석 쪽 창과 문짝을 순서대로 털어내면서 초읽기를 시작했다. "십, 구, 팔, 칠,..

장편/포에버 21 2023.01.09

국경의 총성 - 단편소설 -

"삐리리리!" 제임스는 창턱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다 말고 전화벨 소리에 화들짝 놀라 책상 위로 고개를 돌렸다. 자기 사무실에 걸려온 전화가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방음시설이 미비한 낡은 건물이라 가끔 옆 사무실 전화를 자기 것으로 착각할 때도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요즘엔 하루 온종일 도통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삐리리리!" 두 번째 벨이 울렸다. 그제서야 제임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 창턱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콧잔등으로 흘러내린 안경을 오른손으로 쓸어올리며 책상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재떨이에 담배를 잽싸게 비벼 껐다. 정말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였다. 요즘엔 일거리가 별로 없어 매일 한가하게 세월만 죽이고 있었다. LA 바닥에 이민브로커 사무실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생겨나..

단편 2023.01.05

포에버 21 <1회> - 21세기 국가 발전 계획

1장: 감염 어둠에 휩싸인 연구실 창문으로 늦겨울의 싸늘한 달빛이 부딪히고 있었다. 컴퓨터 전문 서적으로 가득 찬 책장이 사방 벽면을 에두르고 있었고, 한쪽 귀퉁이에 놓인 캐비닛엔 활짝 열린 문짝으로 갖가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CD가 어지럽게 쏟아져 나와 있었다. 캐비닛 주변은 무언가를 찾으려 했는지 뒤죽박죽 흐트러져 있었다. 책상 끄트머리에 매달린 스탠드에선 흐릿한 불빛이 백열등을 흘러나와 서류철이 널부러진 책상 중심으로 모아져 두툼한 문서철 위에 머물렀다. '21세기 국가발전 계획'이라는 커다란 제목이 붙은 문서철. 어지럽혀진 연구실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정일준 박사는 이제 안정을 되찾았는지 컴퓨터 자판기만 빠른 손놀림으로 두드려대고 있었다. 그의 널찍한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재떨이엔 담배꽁초..

장편/포에버 21 202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