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가의 창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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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글쓰기

창작소설 40

포에버 21 <42회> - 경찰들이 바라본 초라한 장례식 풍경

반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발신인이 전혀 적혀 있지 않았다고 하셨죠?" "네." "지금 우편물 봉투는 가지고 오셨나요?" "아니요. 그것도 CD와 함께 빼앗겼답니다." "연락처를 좀 주시겠어요?" "네." 김성운은 가게 전화번호와 용산모임의 전화번호를 모두 적어주었다. 남자는 용산모임의 사무국장 일을 맡고 있다고 했다. 17장: 장례 새벽부터 부슬부슬 가랑비가 내렸다. 날은 그래도 많이 풀린 편이었다. 이제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모양이다. 새벽에 잠깐 내린 비 때문인지 세상이 온통 맑고 투명한 빛이 완연했다. 날씨는 장례를 치르기엔 안성맞춤이었다. 화장을 치르고 뼛가루는 북한강에 뿌리기로 했다는 유가족의 얘기를 전해들었다. 장례시간은 오전 11시였다. 반장은 장례식에 참석키 위해 아침부터 부산했다. ..

장편/포에버 21 2023.01.28

포에버 21 <40회> - 경찰서로 전화를 걸어온 20대 남자

양형사의 질문이 계속됐다. 이단비는 담담한 표정으로 묻는 말에 또박또박 대답했다. "주변에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아뇨, 전혀 없어요." "정박사 부인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계셨습니까?" "네? 그 분이 저희 관계를 알고 계셨나요?" 여자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오히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대해 낯을 붉히며 양형사에게 반문했다. 양형사는 여자의 반문에 대답하지 않고 잠깐 실례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찬은 탁자 위에 놓여있는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아무런 대화가 없으니까 오히려 어색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동찬이 노트북컴퓨터 가방속에서 아까 정박사 연구실에서 프린트한 일기를 꺼내 읽었다. '최근들어 이상하게도 꿈..

장편/포에버 21 2023.01.26

포에버 21 <39회> - 이단비의 입에서 나온 이름 오혜진

15장: 사랑 동찬은 오늘 정박사 컴퓨터에서 많은 내용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의 일기는 '포에버 21'에 관련된 내용이라기 보다는 대부분 개인적인 얘기들이었다. '이단비'라는 제자의 이름이 쓰여져 있었고 어디선가 낯이 익은 얼굴이라고 했던가......? 정박사의 컴퓨터에서 프린트한 일기장 내용을 생각하며 운전을 하던 동찬이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수사회의 때 양형사가 그랬었다. 정박사의 외도 대상이 대학 제자였다고. 동찬은 양형사에게 전화를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반장이 알려준 형사들의 연락처엔 양형사만 개인 휴대폰이 없었다. 호출기에 메시지와 전화번호를 남겼다. 잠시후에 응답이 왔다. "네, 서동찬입니다." "양동은입니다만, 방금전에 제게 호출하셨습니까?" "네. 다른 게 아니라, 정박사..

장편/포에버 21 2023.01.26

포에버 21 <38회> - 괴한들에게 유괴된 손중선의 딸

우두머리로 보이는 훤칠한 키의 사내가 말을 꺼냈다. "손중선 박사, 고생 많으셨우!" "아니, 당신은......" "그래요, 바로 나요, 곽현재. 손님을 모셔오기가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원." 그들은 이미 구면이었다. 곽부장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손박사! 당신 꽤 대단한 사람이야? 겁도 없이 우리를 속여, 엉?" "무슨 소리예요. 난 당신들이 해달라는대로 다 해줬어요. 암호도 이미 알려줬잖아요." "알려줬지. 그럼 뭐하나? 그 프로그램은 이제 쓸모없게 돼 버렸잖아, 당신은 알고 있었지? 아니, 혹시 당신이 일부러 그런 건 아냐?" "난 모르는 일이예요." "좋아, 뭐 그건 어찌됐든 상관없지. 그런데 암호 하나 알려준 대가가 3억이면 너무 과하지?" 곽부장은 잠시 뜸을 들이고 뭔가 생각하는 ..

장편/포에버 21 2023.01.25

포에버 21 <35회> - 손중선을 미행하는 사내들

승합차가 연구원들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거리에 도달하자 연구원들은 서로 인사를 주고받더니 뿔뿔이 흩어졌다. 손박사는 전철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목표물이 혼자 남았습니다. 앗, 전철역 쪽으로 갑니다." "지금 챌 수 있는 상황이야?" "아니, 거리에 사람들이 많습니다. 역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래?" 회색 그랜저도 전철역 저쪽 모퉁이를 돌아 나오고 있었다. 차가 급정거하더니 뒷문 쪽에서 덩치들이 내려 전철역으로 뛰어올라갔다. "그 쪽에서도 하나 내려보내!" "넷!" 승합차 문이 열리더니 사내 하나가 튀어나와 전철역으로 급히 뛰어올라갔다. 차 밖으로 나오면서 권총을 외투 안쪽 주머니에 감췄다. 전철역으로 올라간 세 사내에게선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랜저와 승합차는..

장편/포에버 21 2023.01.22

포에버 21 <34회> - 휴대폰 비밀번호, 그리고 DANBEE

간단하게 대답을 한 뒤 여직원은 파워스위치를 눌렀다. 전원이 들어왔다가는 금세 꺼져버렸다. 여직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 귀퉁이에 놓여진 커다란 박스를 잠깐 뒤지더니 충전기 하나를 꺼내 휴대폰 아래 전원 잭에 맞춰보았다. 신기하게도 딱 들어맞았다. 여직원은 이미 휴대폰에는 숙달된 전문가 같아 보였다. 오랜 경력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손놀림은 능수능란했다. 다이얼 단추를 상하좌우로 정신없이 눌러대더니 조그만 액정화면에 마침내 비밀번호가 떴다. '1205' 비밀번호를 알아내긴 했지만 양형사가 찾으려는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다는 확신은 아직 없었다. 연구소 주차장에서 잠깐 보긴 했지만 그 때는 충전지가 방전되어 있어 더 이상 휴대폰을 작동시킬 수가 없었다. 양형사는 여직원에게 양해를 구..

장편/포에버 21 2023.01.22

포에버 21 <33회> - 기생오라비 오피스텔 수색

양형사는 거리로 나오자마자 길가에 세워둔 차로 들어가 선글라스를 끼고 기생오라비가 다방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한 10분쯤 뒤에 지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만큼 힘들어 할 정도면 분명 집으로 돌아갈 거라는게 양형사의 계산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계산을 염두에 두고 그를 만났던 것은 아니었다. 얘기를 하는 중에 그의 집을 덮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유도해내기 위해 더욱 세차게 그를 몰아세웠던 것이다. 기생오라비는 다방에서 나와 인도를 따라 몇 걸음 걷더니 길가에 세워져 있는 차를 향해 몸을 틀었다. 놀랍게도 녀석이 달려든 차는 고급 외제 승용차였다. 재벌 2세들이나 타고 다닐 법한 값비싼 승용차였다. 그 이름도 유명한 비엠더블유. 기생오라비는 차에 오르더니 시동..

장편/포에버 21 2023.01.21

포에버 21 <30회> - 쉽게 해독하기 어려운 비밀번호

양형사가 간단하게 대답하고 책상으로 바싹 다가섰지만 동찬 때문에 제대로 살펴볼 수가 없었다. 양형사의 곤란함을 알아차렸는지 동찬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로 가서 앉았다. 조형사가 그 뒤를 따라갔다. "아까 자기 방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하셨습니까? 연구팀 방엔 이미 찾아봤는데 없더군요. 어디 그 친구가 갈만한 데가 없을까요?" "글쎄요, 난들 어찌 알겠습니까? 나 때문에 열이 좀 나 있을테니 혹시 낮술이라도 한 잔 꺾으러 간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 두 사람이 소파에서 얘기를 하고 있는 사이 양형사는 휴대폰을 찾기 위해 책상을 뒤지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조그만 수첩이 있었다. 일단 수첩을 챙겨넣었다. 양형사는 이어 책상서랍을 맨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열어보았다. 그러다 말고 양형사는 갑자기..

장편/포에버 21 2023.01.20

포에버 21 <28회> - 피해자 부인의 내연남 조사

"발표회 준비는 기획실에서 담당하고 있죠?" "글쎄, 난 전혀 몰라요." "더 이상 말씀을 안해주시니 오늘은 그만 돌아가야겠네요. 하지만 박사님, 전 과학하는 분들의 이상과 양심을 믿어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생각난 김에 느닷없이 던진 말이지만 정형사는 자신의 얘기가 너무 멋들어진 것 같아 자기 스스로도 놀라웠다. 그녀는 이따금씩 생각지도 못한 명언들이 자신의 입을 빌어 세상에 탄생할 때마다 말 못할 희열을 느끼곤 했다. 그 순간 침통하게 굳어지는 권박사의 얼굴표정이 얼핏 보였다. 정형사는 권박사를 잠깐 들여다보다 이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11장: 휴대폰 양형사는 과천에 있는 정일준 박사의 사택에서 가정부 아주머니와 잠깐 만나기로 시간약속을 했었다. 정박사의 부인인 황미주에게 심심찮게 ..

장편/포에버 21 2023.01.18

빛바랜 이력서 - 단편소설 -

후줄근하게 젖은 작업복 밑동을 꼭 쥐고 툴툴 털어냈다. 언뜻 보기엔 앞가슴에 들러붙은 먼지구뎅이를 털어내려는 행동으로 보였지만 정호의 의도는 딴 데 있었다. 두어 시간째 나르고 있는 한 컨테이너 분량의 박스를 퇴근 전까지 모조리 창고에 쟁여넣느라 온몸이 후끈 달아오를 지경이었다. 중국산 여행용 가방이 빼곡히 담긴 박스였다. 두 달 전에 선적돼 머나먼 뱃길을 달려온 컨테이너가 산페드로 부두에서 다른 회사 수입품에 엮여 쿼터 초과 시비로 싸잡아 걸려드는 바람에 무려 한 달 동안이나 발이 묶여 있었다. 오늘 간신히 빼내오긴 했는데 오후 네시쯤에야 겨우 풀려 이제사 창고까지 배달됐다고 한다. 물론 사장의 엄살섞인 넋두리를 귀동냥해서 알게된 정보였다. 사장은 부득이 퇴근시간이 늦어지더라도 몽땅 창고 깊숙이 쟁여넣..

단편 2023.01.17

포에버 21 <27회> - 피해자 지인 탐문 대상 권남우

"다시 한 번 자세히 생각해보세요! 본부장님이 그 프로그램이 완성됐다는 얘기 정도는 해줬을 것 같은데....... 그래야 발표회 일정을 비서실에서도 알고 준비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아니, 그런 얘긴 전혀 없었어요. 본부장님 일정은 제가 전부 알고 있는데 이번 만큼은 아무 말씀도 안해주셨어요. 이것 보세요. 확실해요." 비서는 말을 하면서 일정표를 내밀어 정형사에게 보여줬다. 그곳에도 3월 7일자에는 아무런 일정이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기가 개발한 프로그램에 대한 발표회 날짜를 몰랐을 리도 없고 비서에게 일정을 얘기해 주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했다. 더욱이 조간신문에 대서특필될 정도라면 회사 내에선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는 얘긴데, 어째서 컴퓨터시스..

장편/포에버 21 2023.01.17

포에버 21 <26회> - 형사과로 걸려온 한통의 제보 전화

이제 나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컴퓨터를 끄려다 말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동찬은 윈도우 배경화면에서 아이콘 하나를 클릭했다. 오락프로그램이 실행됐다. 지뢰찾기. 그가 언제나 하루의 운수를 점치는 자기만의 방법이었다. 한 번에 풀어내면 운수가 아주 좋은 날, 두 번째에 풀면 보통, 세 번째는 그저 그런 날, 그리고 네 번째 이후는 무조건 악재가 겹치는 날이었다. 그런데 지뢰찾기 게임은 사실 서너 번째에도 풀기가 쉽지 않았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무턱대고 찍어야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역시 한 번엔 풀지 못했다. 두 번, 세 번......... 결국 네 번째도 그대로 풀지 못하고 넘겼다. 지뢰찾기 만큼은 75초만에 풀어낸 신기록을 자랑하는 그였지만 오늘은 어째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나..

장편/포에버 21 2023.01.17

포에버 21 <25회> - 충분한 단서 확보가 사건해결의 관건

"아니요, 손중선을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또?" "네?" "또 있을 거 아냐?" "아 네........" 조형사는 말을 적당히 얼버무리면서 그제서야 재빠르게 수첩을 들여다봤다. "아, 맞습니다. 손중선 하고 경비원, 그리고 그 날 야근자들을 다시 세밀하게 조사하기로 했었죠." 반장이 조형사를 바라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반장이 아무리 그래도 조형사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고양이 앞에 쥐모양으로 죽어들어갈 뿐 대들지는 않았다. 실제로 조형사의 덩치는 반장보다 두배쯤은 컸다. 반장이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윗사람에 대한 예의를 차리기 위한 것임은 물론, 조형사 본래의 성격이 모나지 않고 두리뭉실했기 때문이었다. 조형사는 그다지 화를 잘 내는 성격이 아니었다. 후배들 앞에서도 무게를 잡을 망..

장편/포에버 21 2023.01.15

포에버 21 <24회> - 실마리를 던져준 괴한의 침입

"권박사는 일단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요. 곧 완성된 프로그램이 도착할거고 그때부턴 굽든지 삶든지 우리 고유의 상품으로 바꿔주기만 하면 되는 거요. 아니, 가공할 자신이 없으면 그냥 내버려둬도 되요. 이름만 바꾸지 뭐." "......" 권박사는 뭐라 대꾸할 말이 없었다. 단지 그의 대담한 발상이 기막힐 뿐이었다. 그 프로그램은 분명 정일준 박사가 준비하던 '포에버 21'을 일컫는 게 분명한데. 그렇다면...... "뒷감당은 내가 알아서 할거요. 권박사는 아무 걱정 안해도 돼요. 프로그램을 개발하다보면 유사품이 나올수도 있고 또 처리방식이 똑같을 수도 있는 거지, 그것 가지고 트집잡는 놈이 있다면 그게 미친놈이지 뭐 별 수 있겠소?" 권박사는 이렇게 자신있게 얘기하는 한회장을 바라보며 어처구니..

장편/포에버 21 2023.01.14

포에버 21 <23회> -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동찬이 반장에게 말했다. "만약 컴퓨터 안에서 단서를 발견한다고 해도 좀 더 확실하게 수사를 하려면 역시 혐의가 있는 주변 인물들은 따로 각각 만나봐야 할 겁니다. 역할을 나눠서 만나보기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네, 내일부터는 오늘 오후 회의때 얘기된 대로 형사들이 움직여줄 겁니다." "그럼 내일 또 뵙겠습니다." 동찬이 먼저 반장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반장도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대신했다. 8장: 음모 "야, 이 병신 새끼들아!, 이딴 일도 하나 제대로 못해, 응?" 곽부장은 CD를 케이스에 들어있는 통째로 바닥에 집어던졌다. 케이스 플라스틱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깨지고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CD는 케이스에서 튕겨져 나와 한 쪽 구석으로 데구르르 굴러갔다. "저, 그런 게 ..

장편/포에버 21 2023.01.14

포에버 21 <22회> - 조작된 살해 시간의 진실

반장과 조형사가 동시에 컴퓨터를 들여다봤다. 그러나 컴퓨터엔 단지 파일들만 나열되어 있을뿐 프로그램 내용은 알 수 없었다. "그럼 도대체 누가........" 조형사가 머쓱해져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마도 괴한은 프로그램을 도난하려고 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프로그램은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돼 쓸모없게 돼버렸잖습니까?" 반장이 컴퓨터 용어를 사용해 조리있게 물었다. 비록 기초적인 용어였지만 조형사는 반장의 입에서 그런 단어가 튀어나온 걸 본 적이 없었다. 조형사가 반장을 바라보며 놀라는 눈치였다.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괴한은 이 프로그램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갔습니다. 그리고 또 그가 만약 돈으로 사주받은 도난범이라면 바이러스에 감염되든 말든 일단 물건만 가져다주면 일은 ..

장편/포에버 21 2023.01.14

포에버 21 <19회> - 특별 수사반의 역할 분담

동찬이 컴퓨터 얘기를 한참 하는 듯 하더니 얘기가 점점 누군가 프로그램을 망가뜨린 주범을 지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하자 드디어 반장이 질문의 포문을 열었다. "예, 말씀 잘 들었습니다만, 방금 얘기하신 거로 봐서는 꼭 범인이 누군지, 아니 그 프로그램을 망쳐놓은 사람을 알고계신 것 같은데, 가만, 뭐라 그랬더라...... 아, 그 해커는 누구며, 그 사람이 이번 사건의 범인과는 어떤 관계로 연결지을 수 있다는 건가요?" "해커가 누군지는 아직 정확하게 모릅니다. 다만 같이 연구했던 연구원들, 같은 계통에 종사하는 정박사 친구들, 또는 정박사의 그 동안의 연구성과를 잘 알고 그 프로그램들을 아끼는 정박사 주변 인물 중 한 사람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얘깁니다. 오늘 잠깐 동..

장편/포에버 21 2023.01.12

포에버 21 <18회> - 해커에 대해 좁혀지는 수사망

오늘도 어김없이 조형사에 대한 반장의 꾸지람이 시작됐다. 그런데 오늘은 손님이 참석했다는 사실을 의식해선지 조형사가 평소와는 달리 그냥 고분고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조형사는 다소 흥분된 어조로 말대꾸를 했다. "네, 그건 내일 알아볼거구요, 제가 유력하다고 보는 건요, 그 친구가 퇴근하면서 왜 굳이 숙직실에 얼굴을 내밀었느냐는 점이예요. 일부러 얼굴도장이라도 찍으려고 한게 아니고 뭐냐구요. 알아봤더니, 그 경비원이 하는 말이, 평소엔 그 친구가 그랬던 기억이 별로 없다더라구요. 그리고 정박사 손목시계가 멈춘 시간이 1시 30분이란건 그 친구가 퇴근한 1시 5분하고 불과 25분 차인데, 만약에 그 친구가 1시쯤에 살해하고 시간을 30분 정도만 뒤로 돌렸다면 얘기가 맞아 떨어진다는 말이죠. 박사가 될 ..

장편/포에버 21 2023.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