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가의 창작소설

WRITERJANG

소박한 글쓰기

장편 60

포에버 21 <6회> - 사건현장 초동수사에 나선 형사들

두 형사는 사체 옆에 쪼그리고 앉아 담요를 걷어내고 자세히 살펴봤다. 오른쪽 뒤편 목부위에 칼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칼자국은 단 한 차례였는데도 치명상을 입고 숨이 끊어진 것으로 보였다. 겉보기엔 그밖의 외상은 없었다. 아마도 전문가의 솜씨가 아닌가 여겨졌다. 조형사는 정형사를 시켜 현장 주변의 지문을 빠짐없이 뜨도록 했다. 조형사가 좌중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 "여기 책임자가 누구시죠?" "네, 접니다만." 정장 차림의 중년 사내가 대답했다. "소장님이시죠?" 책상 위에 놓여진 머그잔을 조심스럽게 집어올리던 정형사가 중년의 사내에게 아는 체를 했다. "네, 그렇습니다만." 조형사는 의아한 눈빛으로 정형사와 중년사내를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조형사가 먼저 중년 사내에게 자기 ..

장편/포에버 21 2023.01.06

포에버 21 <5회> - 살인사건 보다 더 중요한 국책 프로그램

노반장은 언젠가는 최소한 한 번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마누라에게 멀쩡한 두부를 안겨줘야겠다는 생각을 늘상 하지만 좀처럼 현실은 마음 같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렇지만 아마 멀쩡한 두부를 사다주면 마누라는 또 잔소리를 늘어놓을게 분명했다. 멀쩡한 놈이나 조금 깨진거나 두부이긴 다 마찬가진데 쓸데없이 돈만 비싸게 주고 사왔다고. "아니지, 지금 쓸데없는 일로 기운 뺄 때가 아냐. 자네들은 어젯밤에 관내에서 살인사건 난 거 알고들 있나?" "수성그룹 연구소 박사 살인사건 말씀이시죠?" 정나리 형사가 눈치빠르게 대답했다. 역시 그녀의 눈치 하나는 천부적으로 타고 난 것인가 보다. "그래. 그런데 문제는 박사도 박사지만 그가 연구했던 프로그램 칩인가 뭔가가 문제라나?" 서장이 뭐라고 말하긴 했는데, 아까는 워낙 정..

장편/포에버 21 2023.01.06

포에버 21 <4회> - 살인사건에 혼란스러운 강력계의 아침

노반장은 뭐 준비할 것 없나,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사무실을 한 번 휘 둘러봤지만 선뜻 짚이는 게 없었다. 이럴 땐 숙직 형사라도 있어야 뭔가 알아보기나 할 텐데, 지금은 아무 도움도 받을 수가 없었다. 어제 숙직이 아마도 양형사였을 거라 생각하며 맨 끄트머리에 있는 그의 자리로 가 봤지만 숙직일지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들고 나갔는가 보다. 아마도 사건사고 현황을 파악하러 상황실에 갔을 터였다. 할 수 없이 불안한 마음을 안고 서장실로 올라갔다. 3층 복도 끝에 있는 서장실이 평소와는 달리 아주 가깝게 느껴졌다. 마음으론 서장과 빨리 부딪히고 싶지 않은데 두 발은 바쁘기만 하다. 공직생활에서 단련된 두 다리가 제 스스로 윗사람의 호출을 알아보는가 보다. 17년 동안 서장실에 올라와 본 기억은 ..

장편/포에버 21 2023.01.05

포에버 21 <3회> - 서장 호출에 긴장한 노반장

2장: 비상 다음 날 아침 7시 27분. 밤새 멀쩡하던 날씨가 새벽부터 쌀쌀해지고 눈발이 한 두 가닥씩 날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제법 알이 굵은 함박눈으로 변했다. 노형석 반장이 형사과 팻말이 붙어있는 문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바닥에 놓인 발판에다 구둣발을 탁탁 굴렀다. 몇번을 그렇게 같은 동작을 반복하더니 이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식 출근시간이 무려 1시간이나 남은 시간이었고, 특히 형사계 자체적으로 정한 8시 보다도 30분이나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숙짖 형사도 자리를 비우고 어딜 갔는지 실내는 썰렁했다. 노반장은 출근시간 교통체증에 아둥바둥대는 게 싫어 새벽부터 서둘러 집을 나서곤 한다. 그가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이유는 그 뿐만이..

장편/포에버 21 2023.01.04

포에버 21 <2회> - 괴한 침입으로 얼룩진 연구실

정박사는 정신을 수습할 수 없었던지 창가를 마냥 서성거렸다. 한참을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앉았다. 그는 다시 본래의 침착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모니터를 바라보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마우스로 아이콘 하나를 클릭했다. 컴퓨터 본체에 설치된 모뎀에서 다이얼톤이 카랑카랑하게 들려왔다. 연결음이 울렸다. 왼손으로 모니터 상단에 달린 카메라를 켜고 렌즈 위치를 조절했다. 화상통신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무슨 말부터 해야할까? 그에게 물어본들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심한 갈증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자타가 공인하는 그 좋은 머리도 점점 둔해져만 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굿 모닝' 하며 혀 꼬부라진 외마디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곧이어 화면이 깜빡거리더..

장편/포에버 21 2023.01.04

포에버 21 <1회> - 21세기 국가 발전 계획

1장: 감염 어둠에 휩싸인 연구실 창문으로 늦겨울의 싸늘한 달빛이 부딪히고 있었다. 컴퓨터 전문 서적으로 가득 찬 책장이 사방 벽면을 에두르고 있었고, 한쪽 귀퉁이에 놓인 캐비닛엔 활짝 열린 문짝으로 갖가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CD가 어지럽게 쏟아져 나와 있었다. 캐비닛 주변은 무언가를 찾으려 했는지 뒤죽박죽 흐트러져 있었다. 책상 끄트머리에 매달린 스탠드에선 흐릿한 불빛이 백열등을 흘러나와 서류철이 널부러진 책상 중심으로 모아져 두툼한 문서철 위에 머물렀다. '21세기 국가발전 계획'이라는 커다란 제목이 붙은 문서철. 어지럽혀진 연구실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정일준 박사는 이제 안정을 되찾았는지 컴퓨터 자판기만 빠른 손놀림으로 두드려대고 있었다. 그의 널찍한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재떨이엔 담배꽁초..

장편/포에버 21 202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