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5호선 마포 지하철역 앞. 청바지와 면티, 그리고 오리털 파카 차림의 30대 초반의 사내가 지하철역 입구에서 나와 느긋하게 인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손엔 노트북 컴퓨터가 하나 달랑 들려 있었다. 이제 3월 1일. 이쯤 됐으면 날씨가 따뜻한 게 정상이 아닌가. 어제 공항을 빠져나올 땐 그래도 봄기운이 완연했는데 오늘은 추위가 몰려오는 것 같았다. 서초동 원룸 오피스텔을 나와 전철역까지 걸어가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몸이 지하의 푸근한 온기에 잠깐 녹는가 싶더니 마포역에서 내려 바깥으로 나오자 냉기가 엄습했다. 정오가 넘어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도로 양편엔 눈이 쌓여 있었다. 곳곳에 눈이 얼어붙어 미끄러운지 인도를 걷는 행인들은 곡예를 하듯 넘어지지 않으려고 양팔을 젓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