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발신인이 전혀 적혀 있지 않았다고 하셨죠?" "네." "지금 우편물 봉투는 가지고 오셨나요?" "아니요. 그것도 CD와 함께 빼앗겼답니다." "연락처를 좀 주시겠어요?" "네." 김성운은 가게 전화번호와 용산모임의 전화번호를 모두 적어주었다. 남자는 용산모임의 사무국장 일을 맡고 있다고 했다. 17장: 장례 새벽부터 부슬부슬 가랑비가 내렸다. 날은 그래도 많이 풀린 편이었다. 이제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모양이다. 새벽에 잠깐 내린 비 때문인지 세상이 온통 맑고 투명한 빛이 완연했다. 날씨는 장례를 치르기엔 안성맞춤이었다. 화장을 치르고 뼛가루는 북한강에 뿌리기로 했다는 유가족의 얘기를 전해들었다. 장례시간은 오전 11시였다. 반장은 장례식에 참석키 위해 아침부터 부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