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가의 창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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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글쓰기

전체 글 65

포에버 21 <42회> - 경찰들이 바라본 초라한 장례식 풍경

반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발신인이 전혀 적혀 있지 않았다고 하셨죠?" "네." "지금 우편물 봉투는 가지고 오셨나요?" "아니요. 그것도 CD와 함께 빼앗겼답니다." "연락처를 좀 주시겠어요?" "네." 김성운은 가게 전화번호와 용산모임의 전화번호를 모두 적어주었다. 남자는 용산모임의 사무국장 일을 맡고 있다고 했다. 17장: 장례 새벽부터 부슬부슬 가랑비가 내렸다. 날은 그래도 많이 풀린 편이었다. 이제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모양이다. 새벽에 잠깐 내린 비 때문인지 세상이 온통 맑고 투명한 빛이 완연했다. 날씨는 장례를 치르기엔 안성맞춤이었다. 화장을 치르고 뼛가루는 북한강에 뿌리기로 했다는 유가족의 얘기를 전해들었다. 장례시간은 오전 11시였다. 반장은 장례식에 참석키 위해 아침부터 부산했다. ..

장편/포에버 21 2023.01.28

포에버 21 <41회> - 용산 전자상가로 우송된 프로젝트 CD

반장은 그제서야 찾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고는 호출해 달라고 부탁하고 커피숍 안쪽으로 몸을 돌려 손님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남자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두 군데의 테이블이 눈에 들어와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성운'이란 이름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와 커피숍 전체에 울려퍼지기를 몇 차례 거듭했지만 손을 들거나,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자기가 그 사람이라고 반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역시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다. "손님, 만나기로 하신 분은 아직 안오셨나보네요." "그래요. 그럼 그 쪽에서 내 이름을 모르니까 혼자 온 남자가 있으면 김성운씨냐고 물어보고 내게 안내해줘요." 반장은 종업원이 안내하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 사이 시간이 흘러 약속시간에서 5분이 지났다. 반장은 의레 ..

장편/포에버 21 2023.01.26

포에버 21 <40회> - 경찰서로 전화를 걸어온 20대 남자

양형사의 질문이 계속됐다. 이단비는 담담한 표정으로 묻는 말에 또박또박 대답했다. "주변에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아뇨, 전혀 없어요." "정박사 부인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계셨습니까?" "네? 그 분이 저희 관계를 알고 계셨나요?" 여자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오히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대해 낯을 붉히며 양형사에게 반문했다. 양형사는 여자의 반문에 대답하지 않고 잠깐 실례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찬은 탁자 위에 놓여있는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아무런 대화가 없으니까 오히려 어색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동찬이 노트북컴퓨터 가방속에서 아까 정박사 연구실에서 프린트한 일기를 꺼내 읽었다. '최근들어 이상하게도 꿈..

장편/포에버 21 2023.01.26

포에버 21 <39회> - 이단비의 입에서 나온 이름 오혜진

15장: 사랑 동찬은 오늘 정박사 컴퓨터에서 많은 내용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의 일기는 '포에버 21'에 관련된 내용이라기 보다는 대부분 개인적인 얘기들이었다. '이단비'라는 제자의 이름이 쓰여져 있었고 어디선가 낯이 익은 얼굴이라고 했던가......? 정박사의 컴퓨터에서 프린트한 일기장 내용을 생각하며 운전을 하던 동찬이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수사회의 때 양형사가 그랬었다. 정박사의 외도 대상이 대학 제자였다고. 동찬은 양형사에게 전화를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반장이 알려준 형사들의 연락처엔 양형사만 개인 휴대폰이 없었다. 호출기에 메시지와 전화번호를 남겼다. 잠시후에 응답이 왔다. "네, 서동찬입니다." "양동은입니다만, 방금전에 제게 호출하셨습니까?" "네. 다른 게 아니라, 정박사..

장편/포에버 21 2023.01.26

포에버 21 <38회> - 괴한들에게 유괴된 손중선의 딸

우두머리로 보이는 훤칠한 키의 사내가 말을 꺼냈다. "손중선 박사, 고생 많으셨우!" "아니, 당신은......" "그래요, 바로 나요, 곽현재. 손님을 모셔오기가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원." 그들은 이미 구면이었다. 곽부장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손박사! 당신 꽤 대단한 사람이야? 겁도 없이 우리를 속여, 엉?" "무슨 소리예요. 난 당신들이 해달라는대로 다 해줬어요. 암호도 이미 알려줬잖아요." "알려줬지. 그럼 뭐하나? 그 프로그램은 이제 쓸모없게 돼 버렸잖아, 당신은 알고 있었지? 아니, 혹시 당신이 일부러 그런 건 아냐?" "난 모르는 일이예요." "좋아, 뭐 그건 어찌됐든 상관없지. 그런데 암호 하나 알려준 대가가 3억이면 너무 과하지?" 곽부장은 잠시 뜸을 들이고 뭔가 생각하는 ..

장편/포에버 21 2023.01.25

포에버 21 <37회> - 납치 감금, 그리고 손중선의 자치방

손중선의 친구인 척 주인집여자의 양해를 구해 그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방은 자물쇠 장치도 되어 있지 않았다. 요즘 보기드문 자취방이었다. 방은 한낮인데도 전등을 켜야 할 정도로 어두웠다.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켰다. 방은 매우 단출했다. 컴퓨터도 한 대 없었고 박사의 방 답지 않게 책도 몇 권 없었다. 여기가 진짜 손중선의 방이 맞는가, 또 다른 곳에 그가 진짜로 살고 있는 집이 있지 않을까, 하고 의심이 들 정도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는 가까이 접근할수록 의혹만 점점 불어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조형사는 방 구석구석을 눈길 가는데로 살펴봤다. 아무리 총각이라지만 이렇게 살림살이가 없을 수 없었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살림도구도 아예 없을 뿐만 아니라 음료수를 저장할 냉장..

장편/포에버 21 2023.01.24

포에버 21 <36회> - 손중선의 엉뚱한 유학 계획

택시가 길가에 정차하자 예상대로 놈들은 아무런 말도, 요금에 대한 아무런 제스처도 없이 뛰어내리기 바빴다. 택시기사는 창문을 열지도 않은 채 덩치들에게, 아니 정면을 똑바로 주시한 상태에서 욕을 한마디 내뱉었다. "에잇, 더러운 놈들아!" 그러나 그 목소리는 자기가 듣기에도 모기 소리만큼이나 작았다. 그냥 재수 옴붙었다고 생각하자, 고 마음먹고 택시는 놈들이 떠나기를 기다렸다. 덩치들이, 그야말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민첩한 동작으로 뒷자리에 올라타자 그랜저는 급출발을 해 택시를 지나쳐 금세 버스 뒤를 쫓았다. 택시기사는 이제사 정신이 조금 돌아오는지 핸들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고 좌측 깜빡이를 넣고 출발하려 했다. 그런데 조수석에 뭔가 있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봤더니 시퍼런 배추이파리 한 장이 ..

장편/포에버 21 2023.01.24

포에버 21 <35회> - 손중선을 미행하는 사내들

승합차가 연구원들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거리에 도달하자 연구원들은 서로 인사를 주고받더니 뿔뿔이 흩어졌다. 손박사는 전철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목표물이 혼자 남았습니다. 앗, 전철역 쪽으로 갑니다." "지금 챌 수 있는 상황이야?" "아니, 거리에 사람들이 많습니다. 역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래?" 회색 그랜저도 전철역 저쪽 모퉁이를 돌아 나오고 있었다. 차가 급정거하더니 뒷문 쪽에서 덩치들이 내려 전철역으로 뛰어올라갔다. "그 쪽에서도 하나 내려보내!" "넷!" 승합차 문이 열리더니 사내 하나가 튀어나와 전철역으로 급히 뛰어올라갔다. 차 밖으로 나오면서 권총을 외투 안쪽 주머니에 감췄다. 전철역으로 올라간 세 사내에게선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랜저와 승합차는..

장편/포에버 21 2023.01.22

포에버 21 <34회> - 휴대폰 비밀번호, 그리고 DANBEE

간단하게 대답을 한 뒤 여직원은 파워스위치를 눌렀다. 전원이 들어왔다가는 금세 꺼져버렸다. 여직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 귀퉁이에 놓여진 커다란 박스를 잠깐 뒤지더니 충전기 하나를 꺼내 휴대폰 아래 전원 잭에 맞춰보았다. 신기하게도 딱 들어맞았다. 여직원은 이미 휴대폰에는 숙달된 전문가 같아 보였다. 오랜 경력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손놀림은 능수능란했다. 다이얼 단추를 상하좌우로 정신없이 눌러대더니 조그만 액정화면에 마침내 비밀번호가 떴다. '1205' 비밀번호를 알아내긴 했지만 양형사가 찾으려는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다는 확신은 아직 없었다. 연구소 주차장에서 잠깐 보긴 했지만 그 때는 충전지가 방전되어 있어 더 이상 휴대폰을 작동시킬 수가 없었다. 양형사는 여직원에게 양해를 구..

장편/포에버 21 2023.01.22

포에버 21 <33회> - 기생오라비 오피스텔 수색

양형사는 거리로 나오자마자 길가에 세워둔 차로 들어가 선글라스를 끼고 기생오라비가 다방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한 10분쯤 뒤에 지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만큼 힘들어 할 정도면 분명 집으로 돌아갈 거라는게 양형사의 계산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계산을 염두에 두고 그를 만났던 것은 아니었다. 얘기를 하는 중에 그의 집을 덮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유도해내기 위해 더욱 세차게 그를 몰아세웠던 것이다. 기생오라비는 다방에서 나와 인도를 따라 몇 걸음 걷더니 길가에 세워져 있는 차를 향해 몸을 틀었다. 놀랍게도 녀석이 달려든 차는 고급 외제 승용차였다. 재벌 2세들이나 타고 다닐 법한 값비싼 승용차였다. 그 이름도 유명한 비엠더블유. 기생오라비는 차에 오르더니 시동..

장편/포에버 21 2023.01.21

포에버 21 <32회> - 양미주의 불륜과 사건의 연관성

양형사는 노땅 다방의 이런 분위기가 어색해 머쓱해졌다. 아무데나 문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서둘러 앉았다. 젊은 레지 아가씨가 그의 뒤를 따라와 엽차잔을 탁자에 내려놨다. 아무리 많이 봐줘도 스무살은 넘기 어려운 앳된 얼굴이었다. 레지는 추운 겨울을 모르고 지내는듯 아주 시원한 여름 옷차림이었다. 낯선 젊은 손님의 당황하는 눈치를 훤히 읽고 있는 듯 그녀가 먼저 어색함을 깨뜨리려고 말을 던졌다. "손님 또 오세요?" "네." "차는 오시면......?" "아니요, 우선 뜨거운 커피 한 잔 주세요." "네에, 뜨거운 걸루 한 잔요." 레지가 돌아가고 나서야 조금 당황스러움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마음이 진정되니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한쪽 구석에선 아주 난리가 났다. 육십이 가가워 보..

장편/포에버 21 2023.01.21

포에버 21 <31회> - 심각한 사랑타령 일색인 일기

살해된 정박사는 자기 컴퓨터의 암호를 사실은 연구원들에게 만큼은 알려놓고 있었다. 동찬은 전에 손중선박사가 이 컴퓨터를 만지며 바로 암호를 타이핑해 넣던 것이 떠올랐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파일은 연구원들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내용인지 암호를 달리 사용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면 미국 유학시절 이전부터 사용하던 암호였을 것이다. 아무리 변형시켰다 해도 같은 생년월일을 암호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누군가 정박사가 고이 간직하고 싶은 사람의 생년월일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을 살펴보았다. 내용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개인적인 내용을 담은 일기 같았는데, 모두 한 파일에 담아 날짜를 표기하고 그냥 쪽수에 관계없이 무작정 써내려간 것으로 보였다. 그..

장편/포에버 21 2023.01.20

포에버 21 <30회> - 쉽게 해독하기 어려운 비밀번호

양형사가 간단하게 대답하고 책상으로 바싹 다가섰지만 동찬 때문에 제대로 살펴볼 수가 없었다. 양형사의 곤란함을 알아차렸는지 동찬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로 가서 앉았다. 조형사가 그 뒤를 따라갔다. "아까 자기 방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하셨습니까? 연구팀 방엔 이미 찾아봤는데 없더군요. 어디 그 친구가 갈만한 데가 없을까요?" "글쎄요, 난들 어찌 알겠습니까? 나 때문에 열이 좀 나 있을테니 혹시 낮술이라도 한 잔 꺾으러 간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 두 사람이 소파에서 얘기를 하고 있는 사이 양형사는 휴대폰을 찾기 위해 책상을 뒤지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조그만 수첩이 있었다. 일단 수첩을 챙겨넣었다. 양형사는 이어 책상서랍을 맨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열어보았다. 그러다 말고 양형사는 갑자기..

장편/포에버 21 2023.01.20

포에버 21 <29회> - 사건을 풀어낼 또 하나의 열쇠

동찬이 연구실 안으로 들어와 그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아주 심각한 표정들이었다. 역시 복구는 어려운 모양이었다. "이제 복구작업은 불가능한가 봅니다." 동찬이 말을 던지자 연구원들은 갑자기 나타난 동찬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들을 지었다. 수석연구원인 손중선 박사가 아는 체를 했다. "또 오셨군요. 오늘은 또 무슨 일이시죠?" "네, 오늘은 제가 하루종일 이 컴퓨터하고 씨름을 좀 해야겠네요." "아니, 무슨 소립니까? 그건 안될 말이예요." "이 컴퓨터는 정식으로 압수된 물건입니다. 자리를 좀 비켜 주시죠!" "그럴 리가 없어요. 우리 연구소 업무는 대개 국가사업이라......" "그럼 행정실에 물어보든가, 소장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거 아닙니까?" 갑자기 언성을 높이는 동찬을 바라..

장편/포에버 21 2023.01.18

포에버 21 <28회> - 피해자 부인의 내연남 조사

"발표회 준비는 기획실에서 담당하고 있죠?" "글쎄, 난 전혀 몰라요." "더 이상 말씀을 안해주시니 오늘은 그만 돌아가야겠네요. 하지만 박사님, 전 과학하는 분들의 이상과 양심을 믿어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생각난 김에 느닷없이 던진 말이지만 정형사는 자신의 얘기가 너무 멋들어진 것 같아 자기 스스로도 놀라웠다. 그녀는 이따금씩 생각지도 못한 명언들이 자신의 입을 빌어 세상에 탄생할 때마다 말 못할 희열을 느끼곤 했다. 그 순간 침통하게 굳어지는 권박사의 얼굴표정이 얼핏 보였다. 정형사는 권박사를 잠깐 들여다보다 이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11장: 휴대폰 양형사는 과천에 있는 정일준 박사의 사택에서 가정부 아주머니와 잠깐 만나기로 시간약속을 했었다. 정박사의 부인인 황미주에게 심심찮게 ..

장편/포에버 21 2023.01.18

빛바랜 이력서 - 단편소설 -

후줄근하게 젖은 작업복 밑동을 꼭 쥐고 툴툴 털어냈다. 언뜻 보기엔 앞가슴에 들러붙은 먼지구뎅이를 털어내려는 행동으로 보였지만 정호의 의도는 딴 데 있었다. 두어 시간째 나르고 있는 한 컨테이너 분량의 박스를 퇴근 전까지 모조리 창고에 쟁여넣느라 온몸이 후끈 달아오를 지경이었다. 중국산 여행용 가방이 빼곡히 담긴 박스였다. 두 달 전에 선적돼 머나먼 뱃길을 달려온 컨테이너가 산페드로 부두에서 다른 회사 수입품에 엮여 쿼터 초과 시비로 싸잡아 걸려드는 바람에 무려 한 달 동안이나 발이 묶여 있었다. 오늘 간신히 빼내오긴 했는데 오후 네시쯤에야 겨우 풀려 이제사 창고까지 배달됐다고 한다. 물론 사장의 엄살섞인 넋두리를 귀동냥해서 알게된 정보였다. 사장은 부득이 퇴근시간이 늦어지더라도 몽땅 창고 깊숙이 쟁여넣..

단편 2023.01.17

포에버 21 <27회> - 피해자 지인 탐문 대상 권남우

"다시 한 번 자세히 생각해보세요! 본부장님이 그 프로그램이 완성됐다는 얘기 정도는 해줬을 것 같은데....... 그래야 발표회 일정을 비서실에서도 알고 준비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아니, 그런 얘긴 전혀 없었어요. 본부장님 일정은 제가 전부 알고 있는데 이번 만큼은 아무 말씀도 안해주셨어요. 이것 보세요. 확실해요." 비서는 말을 하면서 일정표를 내밀어 정형사에게 보여줬다. 그곳에도 3월 7일자에는 아무런 일정이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기가 개발한 프로그램에 대한 발표회 날짜를 몰랐을 리도 없고 비서에게 일정을 얘기해 주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했다. 더욱이 조간신문에 대서특필될 정도라면 회사 내에선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는 얘긴데, 어째서 컴퓨터시스..

장편/포에버 21 2023.01.17

포에버 21 <26회> - 형사과로 걸려온 한통의 제보 전화

이제 나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컴퓨터를 끄려다 말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동찬은 윈도우 배경화면에서 아이콘 하나를 클릭했다. 오락프로그램이 실행됐다. 지뢰찾기. 그가 언제나 하루의 운수를 점치는 자기만의 방법이었다. 한 번에 풀어내면 운수가 아주 좋은 날, 두 번째에 풀면 보통, 세 번째는 그저 그런 날, 그리고 네 번째 이후는 무조건 악재가 겹치는 날이었다. 그런데 지뢰찾기 게임은 사실 서너 번째에도 풀기가 쉽지 않았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무턱대고 찍어야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역시 한 번엔 풀지 못했다. 두 번, 세 번......... 결국 네 번째도 그대로 풀지 못하고 넘겼다. 지뢰찾기 만큼은 75초만에 풀어낸 신기록을 자랑하는 그였지만 오늘은 어째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나..

장편/포에버 21 2023.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