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가의 창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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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글쓰기

장편추리 36

포에버 21 <33회> - 기생오라비 오피스텔 수색

양형사는 거리로 나오자마자 길가에 세워둔 차로 들어가 선글라스를 끼고 기생오라비가 다방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한 10분쯤 뒤에 지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만큼 힘들어 할 정도면 분명 집으로 돌아갈 거라는게 양형사의 계산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계산을 염두에 두고 그를 만났던 것은 아니었다. 얘기를 하는 중에 그의 집을 덮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유도해내기 위해 더욱 세차게 그를 몰아세웠던 것이다. 기생오라비는 다방에서 나와 인도를 따라 몇 걸음 걷더니 길가에 세워져 있는 차를 향해 몸을 틀었다. 놀랍게도 녀석이 달려든 차는 고급 외제 승용차였다. 재벌 2세들이나 타고 다닐 법한 값비싼 승용차였다. 그 이름도 유명한 비엠더블유. 기생오라비는 차에 오르더니 시동..

장편/포에버 21 2023.01.21

포에버 21 <32회> - 양미주의 불륜과 사건의 연관성

양형사는 노땅 다방의 이런 분위기가 어색해 머쓱해졌다. 아무데나 문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서둘러 앉았다. 젊은 레지 아가씨가 그의 뒤를 따라와 엽차잔을 탁자에 내려놨다. 아무리 많이 봐줘도 스무살은 넘기 어려운 앳된 얼굴이었다. 레지는 추운 겨울을 모르고 지내는듯 아주 시원한 여름 옷차림이었다. 낯선 젊은 손님의 당황하는 눈치를 훤히 읽고 있는 듯 그녀가 먼저 어색함을 깨뜨리려고 말을 던졌다. "손님 또 오세요?" "네." "차는 오시면......?" "아니요, 우선 뜨거운 커피 한 잔 주세요." "네에, 뜨거운 걸루 한 잔요." 레지가 돌아가고 나서야 조금 당황스러움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마음이 진정되니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한쪽 구석에선 아주 난리가 났다. 육십이 가가워 보..

장편/포에버 21 2023.01.21

포에버 21 <30회> - 쉽게 해독하기 어려운 비밀번호

양형사가 간단하게 대답하고 책상으로 바싹 다가섰지만 동찬 때문에 제대로 살펴볼 수가 없었다. 양형사의 곤란함을 알아차렸는지 동찬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로 가서 앉았다. 조형사가 그 뒤를 따라갔다. "아까 자기 방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하셨습니까? 연구팀 방엔 이미 찾아봤는데 없더군요. 어디 그 친구가 갈만한 데가 없을까요?" "글쎄요, 난들 어찌 알겠습니까? 나 때문에 열이 좀 나 있을테니 혹시 낮술이라도 한 잔 꺾으러 간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 두 사람이 소파에서 얘기를 하고 있는 사이 양형사는 휴대폰을 찾기 위해 책상을 뒤지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조그만 수첩이 있었다. 일단 수첩을 챙겨넣었다. 양형사는 이어 책상서랍을 맨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열어보았다. 그러다 말고 양형사는 갑자기..

장편/포에버 21 2023.01.20

포에버 21 <29회> - 사건을 풀어낼 또 하나의 열쇠

동찬이 연구실 안으로 들어와 그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아주 심각한 표정들이었다. 역시 복구는 어려운 모양이었다. "이제 복구작업은 불가능한가 봅니다." 동찬이 말을 던지자 연구원들은 갑자기 나타난 동찬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들을 지었다. 수석연구원인 손중선 박사가 아는 체를 했다. "또 오셨군요. 오늘은 또 무슨 일이시죠?" "네, 오늘은 제가 하루종일 이 컴퓨터하고 씨름을 좀 해야겠네요." "아니, 무슨 소립니까? 그건 안될 말이예요." "이 컴퓨터는 정식으로 압수된 물건입니다. 자리를 좀 비켜 주시죠!" "그럴 리가 없어요. 우리 연구소 업무는 대개 국가사업이라......" "그럼 행정실에 물어보든가, 소장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거 아닙니까?" 갑자기 언성을 높이는 동찬을 바라..

장편/포에버 21 2023.01.18

포에버 21 <28회> - 피해자 부인의 내연남 조사

"발표회 준비는 기획실에서 담당하고 있죠?" "글쎄, 난 전혀 몰라요." "더 이상 말씀을 안해주시니 오늘은 그만 돌아가야겠네요. 하지만 박사님, 전 과학하는 분들의 이상과 양심을 믿어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생각난 김에 느닷없이 던진 말이지만 정형사는 자신의 얘기가 너무 멋들어진 것 같아 자기 스스로도 놀라웠다. 그녀는 이따금씩 생각지도 못한 명언들이 자신의 입을 빌어 세상에 탄생할 때마다 말 못할 희열을 느끼곤 했다. 그 순간 침통하게 굳어지는 권박사의 얼굴표정이 얼핏 보였다. 정형사는 권박사를 잠깐 들여다보다 이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11장: 휴대폰 양형사는 과천에 있는 정일준 박사의 사택에서 가정부 아주머니와 잠깐 만나기로 시간약속을 했었다. 정박사의 부인인 황미주에게 심심찮게 ..

장편/포에버 21 2023.01.18

포에버 21 <27회> - 피해자 지인 탐문 대상 권남우

"다시 한 번 자세히 생각해보세요! 본부장님이 그 프로그램이 완성됐다는 얘기 정도는 해줬을 것 같은데....... 그래야 발표회 일정을 비서실에서도 알고 준비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아니, 그런 얘긴 전혀 없었어요. 본부장님 일정은 제가 전부 알고 있는데 이번 만큼은 아무 말씀도 안해주셨어요. 이것 보세요. 확실해요." 비서는 말을 하면서 일정표를 내밀어 정형사에게 보여줬다. 그곳에도 3월 7일자에는 아무런 일정이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기가 개발한 프로그램에 대한 발표회 날짜를 몰랐을 리도 없고 비서에게 일정을 얘기해 주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했다. 더욱이 조간신문에 대서특필될 정도라면 회사 내에선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는 얘긴데, 어째서 컴퓨터시스..

장편/포에버 21 2023.01.17

포에버 21 <26회> - 형사과로 걸려온 한통의 제보 전화

이제 나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컴퓨터를 끄려다 말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동찬은 윈도우 배경화면에서 아이콘 하나를 클릭했다. 오락프로그램이 실행됐다. 지뢰찾기. 그가 언제나 하루의 운수를 점치는 자기만의 방법이었다. 한 번에 풀어내면 운수가 아주 좋은 날, 두 번째에 풀면 보통, 세 번째는 그저 그런 날, 그리고 네 번째 이후는 무조건 악재가 겹치는 날이었다. 그런데 지뢰찾기 게임은 사실 서너 번째에도 풀기가 쉽지 않았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무턱대고 찍어야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역시 한 번엔 풀지 못했다. 두 번, 세 번......... 결국 네 번째도 그대로 풀지 못하고 넘겼다. 지뢰찾기 만큼은 75초만에 풀어낸 신기록을 자랑하는 그였지만 오늘은 어째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나..

장편/포에버 21 2023.01.17

포에버 21 <22회> - 조작된 살해 시간의 진실

반장과 조형사가 동시에 컴퓨터를 들여다봤다. 그러나 컴퓨터엔 단지 파일들만 나열되어 있을뿐 프로그램 내용은 알 수 없었다. "그럼 도대체 누가........" 조형사가 머쓱해져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마도 괴한은 프로그램을 도난하려고 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프로그램은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돼 쓸모없게 돼버렸잖습니까?" 반장이 컴퓨터 용어를 사용해 조리있게 물었다. 비록 기초적인 용어였지만 조형사는 반장의 입에서 그런 단어가 튀어나온 걸 본 적이 없었다. 조형사가 반장을 바라보며 놀라는 눈치였다.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괴한은 이 프로그램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갔습니다. 그리고 또 그가 만약 돈으로 사주받은 도난범이라면 바이러스에 감염되든 말든 일단 물건만 가져다주면 일은 ..

장편/포에버 21 2023.01.14

포에버 21 <21회> - 간밤의 연구소 유린에 수사팀 비상

문이 열렸다. 복도에 설치된 녹색 비상등 불빛이 열려진 문틈을 비집고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경비원은 자세를 한껏 낮추고 안쪽으로 손전등을 한 번 휘익 돌려 비춰보았다. 손전등 불빛이 번쩍번쩍하며 연구실 안을 돌아 다니다말고 책상 위 컴퓨터 앞에서 멈췄다. 순간 잠수복은 '아차' 하고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후회했다. 컴퓨터 전원 내리는 걸 깜빡 한 것이다. 경비원은 문을 벌컥 밀어제치고 사주경계를 하며 안쪽으로 들어와선 딸깍, 하고 전원 스위치를 올렸다. 잠수복은 몸을 벽에 더욱 밀착시켰다. 천장에 붙은 형광등이 제각각 깜빡거리다가 일제히 불을 환하게 밝혔다. 실내는 대낮처럼 밝아졌다. 경비원은 눈이 부신지 잠시 머뭇거렸다. 경비원이 다시 고개를 돌려 구석구석을 살폈다. 아직 잠수복의 사나이를 발견하지 ..

장편/포에버 21 2023.01.13

포에버 21 <20회> - 살인 현장에 침입한 잠수복

"먼저 조형사는 손중선이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도록 하지.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용의자네 마네 하지만 말고 구체적인 증거를 잡아오라구. 알리바이 뿐만 아니라 정박사와의 관계, 즉 연구소에서만이 아니라 사적인 관계까지도 캐보라구. 그리고 경비원이나 또 다른 야근자들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네." "정형사는 그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이제부턴 그 해컨가 뭔가 하는 걸 중심으로 움직이도록 하구. 연구원들을 다시 한 번 만나보면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리구 아까 여기 이 분 말씀을 꼭 참고하고. 잘 안될 것 같으면 같이 움직여도 되고. 괜찮겠죠?" 정형사에게 수사지시를 하다가 반장은 동찬에게 동의를 구했다. 반장은 동찬을 뭐라 불러야 할지 결정을 못한 듯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네, 물론이죠." "정형사 ..

장편/포에버 21 2023.01.12

포에버 21 <19회> - 특별 수사반의 역할 분담

동찬이 컴퓨터 얘기를 한참 하는 듯 하더니 얘기가 점점 누군가 프로그램을 망가뜨린 주범을 지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하자 드디어 반장이 질문의 포문을 열었다. "예, 말씀 잘 들었습니다만, 방금 얘기하신 거로 봐서는 꼭 범인이 누군지, 아니 그 프로그램을 망쳐놓은 사람을 알고계신 것 같은데, 가만, 뭐라 그랬더라...... 아, 그 해커는 누구며, 그 사람이 이번 사건의 범인과는 어떤 관계로 연결지을 수 있다는 건가요?" "해커가 누군지는 아직 정확하게 모릅니다. 다만 같이 연구했던 연구원들, 같은 계통에 종사하는 정박사 친구들, 또는 정박사의 그 동안의 연구성과를 잘 알고 그 프로그램들을 아끼는 정박사 주변 인물 중 한 사람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얘깁니다. 오늘 잠깐 동..

장편/포에버 21 2023.01.12

포에버 21 <18회> - 해커에 대해 좁혀지는 수사망

오늘도 어김없이 조형사에 대한 반장의 꾸지람이 시작됐다. 그런데 오늘은 손님이 참석했다는 사실을 의식해선지 조형사가 평소와는 달리 그냥 고분고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조형사는 다소 흥분된 어조로 말대꾸를 했다. "네, 그건 내일 알아볼거구요, 제가 유력하다고 보는 건요, 그 친구가 퇴근하면서 왜 굳이 숙직실에 얼굴을 내밀었느냐는 점이예요. 일부러 얼굴도장이라도 찍으려고 한게 아니고 뭐냐구요. 알아봤더니, 그 경비원이 하는 말이, 평소엔 그 친구가 그랬던 기억이 별로 없다더라구요. 그리고 정박사 손목시계가 멈춘 시간이 1시 30분이란건 그 친구가 퇴근한 1시 5분하고 불과 25분 차인데, 만약에 그 친구가 1시쯤에 살해하고 시간을 30분 정도만 뒤로 돌렸다면 얘기가 맞아 떨어진다는 말이죠. 박사가 될 ..

장편/포에버 21 2023.01.12

포에버 21 <17회> - 경찰청 파견 수사관 공조수사 합류

오후 8시. 형사들이 모두 회의실에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반장이 정각에 형사과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반장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손에 조그만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쇼핑백을 자기 책상 밑에 내려놓고 난 뒤 반장은 회의실로 들어왔다. 수사회의가 시작됐다. 약 20여분 동안 각자가 조사한 내용을 브리핑했다. 모두의 조사내용을 다 듣고 나서 반장이 말을 꺼냈다. "다들 잘 들었고, 이제 조금 있으면 청에서 이번 사건에 투입된 사람이 올텐데 그 때 다시 자세하게 얘기하자고." "지금 온답니까?" 조형사가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일단 이번 사건에 대한 공조수사에 대해 논의할 모양이야. 와봐야 알겠지만, 오늘 회의는 역할분담 때문인 것 같아." 반장의 얘기를 듣고 있는 형사들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장편/포에버 21 2023.01.12

포에버 21 <16회> - 슬픔을 찾을 수 없는 영안실 분위기

반장은 곡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그녀에게 조의를 표했다. "이런 일을 당하셔서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 곡을 할 때와는 달리 그녀는 아주 밝은 목소리로 당돌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누구시죠?" "아, 이거 결례를 저질렀군요. 저희는 청량리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네....... 고생하시네요." 뭔가 불만이 섞인 말투였다. 남편의 죽음에 대한 불만인지 아니면 반갑지 않은 손님이기 때문인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반장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 "많이 힘드시겠지만 잠깐만 협조를 해주십시오." "네, 말씀하세요." "바깥양반에 대한 얘깁니다. 최근에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했다거나, 누군가와 좋지 않은 일로 다투거나 한 적 혹시 없습니까?" "글쎄요....... 그 양반이 어디 누구와..

장편/포에버 21 2023.01.10

포에버 21 <15회> - 피해자 가족과의 만남, 그리고 수사

인기척이 나자 손박사는 지그시 감고 있던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문쪽으로 돌려 힐끗 바라보더니 낯선 인물임을 발견하자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다. 그는 동찬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젊어보였다. "누구시죠?" 손박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아, 미안합니다. 경찰입니다. 손중선 박사시죠, 수석연구원으로 계시는?" 동찬은 먼저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다. 물론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였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자기가 누군가에게 노출돼 있다고 생각하면 그 상대를 쉽게 대하진 못한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그럴듯한 논리였다. 경찰이라고 신분을 밝힌 자가 자기 이름을 부르자 손박사는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아, 예...... 그런데 오전에 이미 조사가 끝난 거로 알고 있는데........

장편/포에버 21 2023.01.10

포에버 21 <14회> -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돼버린 프로젝트

동찬이 소장실 문을 거칠게 열고 밖으로 나갔다. '꽝' 하고 문닫는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바로 그때, 동찬은 미모의 아가씨와 문밖에서 마주쳤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맞닥뜨렸기 때문에 두 사람의 시선이 순간 상대방의 눈동자에 고정됐다. 정형사는 사내가 화를 내며 문을 박차고 나오자 마치 자기가 남의 말을 엿듣다 들킨 사람처럼 당황스러웠다. 동찬은 자신의 흥분한 모습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생각에 무안해졌다. 동찬이 먼저 정신을 수습했다. 그냥 모른 체 하고 가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미모였다. 노총각 동찬의 끼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동찬은 배시시 웃으며 한마디 던졌다. "지금은 취재하기 어려울 거요. 소장은 지금 상태가 별로예요." "상관없어요." 정형사의 좀 쌀쌀맞은 대답이었다. 속으론, 벌써 기자들이 ..

장편/포에버 21 2023.01.10

포에버 21 <13회> - 21세기 정보통신 국가 경제발전 계획

소장이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개요는 이겁니다. 정부는 2천년을 기점으로 3단계 발전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즉 정보통신분야의 활성화시기를 2천년 이후로 보고 이를 전후로 나눠 준비단계와 실행단계, 그리고 이를 통해 오는 21세기엔 튼튼한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진다는 발전단계를 계획했습니다. 벌써 시작됐지만 곧 정보통신의 세계적인 범람이 예견되고 이로인한 혼란도 예상됩니다. 이를 하나로 묶어낼 획기적인 프로그램이 절실한 시기가 반드시 옵니다. 정부의 생각은 이러한 정보통신의 범람을 역으로 활용해 국가발전의 호기로 삼자는 얘기죠." 소장의 장황설이 시작됐다. 동찬은 필요한 내용만 요약했다. "그럼 정부 지침서라든지 공문 같은 것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소장이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결심한 듯 자리에서..

장편/포에버 21 2023.01.10

포에버 21 <12회> - 살인사건 보다 더 중요한 국가 프로젝트

5장: 출동 동찬은 경찰청 주차장 한쪽 구석에 주차해 놓은 차를 가지러 갔다. 무려 2년 동안이나 그대로 세워놓았는데 시동이나 제대로 걸릴지 궁금했다. 역시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벽에 붙어있는 쪽은 그런데로 멀쩡했는데 중앙으로 노출된 쪽은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많았다. 다른 차들이 드나들면서 낸 상처가 분명했다. 그래도 2년 동안에 이 정도 상처면 감지덕지라고 생각하면서 원격시동 리모트컨트롤 1번 스위치를 눌렀다. '삑삑' 소리를 내면서 도어잠금장치가 풀렸다. 다행히도 배터리는 멀쩡한 모양이었다. 2번 시동스위치를 눌렀다. 트렁크를 열고 먼지떨이를 꺼내 들었다. 차 윗 부분부터 먼지를 털어나갔다. 앞 유리, 보닛, 운전석 쪽 창과 문짝을 순서대로 털어내면서 초읽기를 시작했다. "십, 구, 팔, 칠,..

장편/포에버 21 2023.01.09